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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쟁의 중심 알 자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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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300회 작성일 10-08-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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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4일째를 맞은 지난 3월 23일 TV를 지켜보던 미국인들은 갑작스런 화면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미군 시신 5~6구가 시커멓게 불에 타고 핏자국이 낭자한 상태로 임시 시체안치소에 널브러져 있었다. 누군가 시체를 총으로 찌르거나 굴리는 모습도 보였다. 완전 군장에 철모를 쓴 또다른 미군 병사의 시신은 고속도로 가에 엎어져 있었다. 이어 미군 병사 5명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자신의 이름과 고향, 전투에 참가한 이유 등을 밝혔다.
아랍의 위성TV 방송 '알 자지라(Al-jazeera)'가 이라크 국영TV가 촬영한 미군 시신 및 포로 인터뷰 장면을 여과없이 방영하자 미국 방송사도 하나둘씩 화면을 받아 보내기 시작했다. 미 전역은 바그다드에 떨어진 수천 발의 폭탄보다 더 큰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이 보도는 미국민의 이라크전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미 국방부와 연합군 사령부가 초기 작전 실패에 대한 거센 비판에 직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알 자지라는 이 방송 이후 뉴욕 증권거래소 출입을 금지당하는가 하면 해커들로부터 웹 사이트 공격을 받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1991년 걸프전은 CNN이 피터 아네트의 바그다드 공습 생중계와 함께 세계적인 뉴스 채널로 화려하게 부상하는 계기가 됐지만 '미디어 전쟁'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이번 이라크전에선 알 자지라 방송을 필두로 아부다비TV-알 아라비야TV 등 아랍권의 위성방송이 CNN-BBC 등 서구의 유수 방송사를 제치고 가장 공정한 언론으로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알 자지라의 선전은 개전 당일인 3월 20일부터 시작됐다. 미국이 바그다드에 공습을 시작했을 때 세계 언론은 알 자지라의 바그다드 공습 사이렌 소식으로 이라크 침공 제1보를 타전했다. CNN도 알 자지라가 생중계한 바그다드 공습 화면을 그대로 받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알 자지라는 이번 전쟁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라크 정부로부터 무제한적인 '현장 접근권'을 보장받았다. 모술과 바스라에 특파원을 내보낸 방송은 아랍권에서도 알 자지라가 유일하다. 진실에 기반한 알 자지라의 거듭된 폭로 때문에 미-영 연합군의 전황 브리핑은 크게 신뢰를 잃었다. 전황과 관련해 거짓말을 하기도 쉽지 않게 돼 결국 초기 작전 실패라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됐다.
알 자지라는 서방 방송과 달리 해설이나 분석보다 철저히 현장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알 자지라가 드높이고 있는 성가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도 알 자지라는 전세계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카불에 특파원이 남아 현장 상황을 끝까지 전했다. 당시 시종 공정한 보도로 미국의 미움을 산 알 자지라는 미군의 스마트 폭탄에 카불 지사가 폭격을 당하기도 했다. 
알 자지라는 결코 친이라크, 혹은 친후세인 매체가 아니다. 그간 나라를 구분하지 않고 아랍의 비민주적인 독재정권을 끊임없이 비판하는 바람에 본사가 있는 카타르 정부의 커다란 외교적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아랍권 내 알 자지라의 수많은 기자가 비판적 보도로 체포, 추방됐으며 일부 기자는 사형 판결까지 받은 상태지만 공정 보도의 목소리를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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