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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없는 美 공교육, 30년간 세금만 2배 축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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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엘렌공주 댓글 0건 조회 1,423회 작성일 10-10-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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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몇 년간 신기술에 따른 변화를 가로막는 신문사들의 편협한 문화를 비판해 왔다. 그런데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고루한 기관이 있다. 미국 대도시의 공립학교들이다.


현재 미국에는 2000여개의 고등학교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미국 고등학교 수의 15%에도 못 미치지만 전체 중퇴자 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8학년(한국 기준 중학교 3학년)의 3분의 2는 수학과 읽기 능력이 '능숙(proficient)'하지 못하다. 아프리카계와 히스패닉계 9세(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이들 과목에서 3년이나 뒤처진다. 암울한 통계 뒤에는 잃어버린 기회와 망가진 꿈,산산히 부서진 삶 등 현실적인 이야기가 있다.

지난 8월 앤 던컨 미국 교육부 장관은 미국 학생들이 "교육적으로 뒤처져 있다"고 언급했다. 대학입시정보 업체인 칼리지보드는 최근 이 문제를 글로벌 관점에서 파악했다. (2008년 기준으로 36개 선진국의) 25~34세 국민 가운데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1980년대엔) 1위였던 미국의 순위가 12위로 떨어졌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지난 30년간 유치원과 초 · 중 · 고등학교(K-12) 교육에 대한 지출은 실질가치 기준으로 2배에 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돈을 쓴다고 교육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말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

이는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을 위해서는 실패했지만 일부 어른들을 위해선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른들 중에는 교사노조의 지도부와 노조로부터 후원금과 각종 정치적 지원을 받는 정치인들이 있다. 다수의 교육관료들도 포함된다. 사업적으로 표현하자면 공급자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고객들에겐 손해를 끼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스 구겐하임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룬)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을 제작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독자들은 우리 둘 사이에 별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최근 영화 '슈퍼맨을 기다리며(Waiting for 'Superman')'는 현 교육제도가 거의 범죄적인 수준으로 인적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고,이에 대해선 둘 사이에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부모들에게 자녀를 위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선택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진정한 비교를 해볼 수 있는 투명한 자료가 필요하다. LA타임스는 최근 3~5학년 교사 6000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시험성적을 올리는 데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 자료를 공개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런 종류의 정보를 쉽게 접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지금 시스템에서 잘 지내고 있는 어른들이 이런 정보의 공개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 교사노조는 이 자료를 보도한 것에 대해 "무책임함의 극치"라며 LA타임스를 비난했다. 내 생각에 미국 학생들은 이런 '무책임함'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교사노조 지도부는 때때로 그들 역시 개혁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워싱턴DC의 공교육 개혁을 위해 싸우는 미셸 리 교육감은 최근 TV로 중계된 랜디 웨인가튼 미국교사연맹(AFT) 회장과의 대담에서 정곡을 찔렀다. 리 교육감은 200명 이상의 교사를 해고한 것 때문에 AFT가 자신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핵심은 교사들이 무능한지 여부"라며 "이들이 무능하다면 웨인가튼 회장도 말했듯이 아무도 교실 내에 무능한 교사를 두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가는 길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좋은 학교는 좋은 교사에서 비롯된다. 또 많은 영웅적인 선생님도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미국 교육 시스템은 좋은 교사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고 나쁜 교사를 보호한다. 현 시스템에는 성과와 관련없는 온갖 장려책(연공서열,정년보장 등)들이 있다. 반면 학습에 도움이 되는 신기술 도입에는 아무런 장려책이 없다. 무엇보다 실력에 따라 교사를 채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는 교육감이나 교육청장,교장들이 없다.

미국의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은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기준으로 학교 운영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면,우리는 일반 학교보다 팝스타들에게 더 높은 성과 측정 기준을 들이대는 셈이다.

좋은 교육에는 경제적 보상이 따른다. 매킨지컨설팅의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핀란드나 한국 같은 나라들과 학력 격차가 없었다면 2008년 국내총생산(GDP)은 16%가량 더 높았을 것이다. 이런 경제적 성과가 매년 복리(複利)로 늘어난다고 생각해보라.다른 나라들이 왜 그토록 학교 시스템을 중시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전 위대한 교사이자 노조 지도자였던 앨버트 쉥커는 "성과를 못내는 것이 학생인지 교사인지에 대한 결론이 없고,교육과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면 우리는 누가 권력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게임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이런 '권력게임'을 멈추고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모두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학교를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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