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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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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077회 작성일 15-07-26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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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 내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호세 마누엘 바호주 EC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17개 유로존이 몇몇 핵심국가로 축소되면 독일에서만 1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대한 루머 차단에 나섰다. 바호주 위원장은 또 "이것이 우리를 둘러싼 위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호주 위원장이 이런 언급을 했다는 것 자체가 그간 금기시돼 왔던 일부 국가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과 관련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즉, 그리스 등의 유로존 탈퇴는 유로존의 위기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고려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날 '풀기 어려운 퍼즐'이라는 분석기사에서 일부 회원국의 유로존 탈퇴는 사실상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라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유로존 탈퇴 방법 자체가 없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로 연합할 때 탈퇴 방법에 대해선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어떤 회원국도 유로존을 이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 나아가 유럽연합(EU) 조약은 영국과 덴마크, 스웨덴만 예외로 하고 나머지 24개 회원국은 궁극적으로 모두 유로화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등은 유로화 사용을 반대해왔다.)
FT는 유로존에 탈출을 위한 비상구가 없다는 사실은 역으로 출범 당시부터 유로존의 궁극적 실패를 예감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열어두면 언젠가 실제로 회원국들이 줄줄이 이탈할 수 있어 아예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럽위원회(EC)의 국제관계 담당 집행위원인 토마스 클라우는 "유로존 회원국 자격이 일시적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유로화의 지속적 가치에 대한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전 총리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총리직을 내놓아야 했다. 결국 국민투표 계획은 철회됐지만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유로존 회원 자격과 관련해 여론의 결정을 따를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향후 수년간 위험한 논의의 뚜경을 열었다고 클라우는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지불해야 할 대가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며 "통화의 결합성에 대한 추가적인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탈퇴는 거의 불가능
EC 내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수립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이탈리아나 스페인까지 유로존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C의 한 관계자는 "유로존에 쉽게 가입했다 탈퇴했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로존 탈퇴 불가는 당위일 뿐 현실에서는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지난 7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그리스에 머무르고 있는 영국인을 포함해 자국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연구에 착수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볍호사인 포에버스 아탄나시우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6개월 전인 2009년 12월에 'EU와 유럽통화동맹(EMU)에서 탈퇴와 퇴출'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미 이 문제를 검토했다.
아탄나시우는 이 보고서에서 유로존에서 탈퇴하려는 국가는 새로운 통화 도입부터 ECB에 맡긴 외환보유액 인출까지 결정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회원국이 EU나 EMU에서 탈퇴하는 것은 법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EU에는 합법적 탈퇴 방법 있지만...
유로존에는 탈퇴 방법이 없지만 EU는 2년 전에 리스본 조약 50항에 탈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리스본 조약 50항은 나머지 회원국 대다수가 승인하면 EU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명기했는데 이는 체코나 영국처럼 EU에 회의적인 국가의 우려를 완화하려는 의도였다.
EC 관료들은 어떤 회원국이 유로존이나 EU를 떠나는 것을 법적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탈퇴하는 과정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겠다고 결심하면 우선 EU에서 수십억 유로의 자금을 돌려 받기 위한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스는 EU의 현재 7년 예산안 아래에 있는 미지출 개발기금 가운데 150억유로 가량을 돌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부동산 임대부터 급여 지급에 이르기까지 유로화로 표기된 그리스 자국내 계약도 모두 수정해야 한다. 유로화 채무를 유로화가 아니라 그리스의 새 통화로 갚으려 한다면 외국인 채권자들의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 EU 정상들은 지난달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협의하면서 그리스 국채에 대한 법적 관할권을 그리스에서 영국으로 옮겼다. FT는 이를 그리스가 자국 통화를 새로 도입한다 해도 채권 가치를 유로화에서 새 통화로 교환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했다.
 
◆유로존 탈퇴시 가장 큰 문제는 뱅크런
무엇보다도 유로화를 탈퇴하고 그리스의 옛 통화 드라크마를 도입할 때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예금 인출 사태, 즉 뱅크런이다. 드라크마 가치는 유로화에 비해 대폭 깎이기 때문에 예금자들은 법정화폐가 드라크마로 바뀌기 전에 예금을 찾으러 은행으로 몰려갈 것이 분명하다.
EU 한 관계자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하는 순간 사람들이 은행에서 예금을 모두 찾아 여행가방에 채운 뒤 그리스를 빠져 나가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채무위기를 겪었을 때 국민들이 은행에서 한번에 250달러 이상 인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해외여행 때 소지할 수 있는 외화도 1000달러로 제한하는 자본통제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자본통제는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는 EU 조약에 위배된다.
이 문제에 대한 가장 쉬운 해법은 드라크마로 돈을 찍어 나눠 주는 것이다. 2003년에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이라크를 점령한 뒤 3개월도 안 돼 사담 후세인 시대의 현금을 새로운 통화로 교환해줬다.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기술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은행 ATM기기를 싹 바꾸는 것은 물론 심지어 돈을 집어 넣고 빨래를 하는 빨래방 기기까지 교체해야 한다.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는 2007년에 발표한 '유로 지역의 분열'이라는 보고서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해야 하고 자판기부터 무인 주차장의 자금 지급기까지 싹 다 교체해야 한다"며 또 "유로화를 도입하기 전에 선행했던 광범위한 계획과 준비를 연상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리스, 드라크마 도입해도 경쟁력 회복 효과 미미
그럼에도 위기가 계속되자 그리스 경제를 깊은 침체에 빠뜨린 긴축을 계속 추진하는 것보다는 드라크마를 재도입하는 리스크가 더 낫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내에서는 유로존 탈퇴에 대한 걱정이 상당하다. 유로화는 그리스와 유럽 다른 국가와의 결속력을 강화시켜 이웃 터키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돼왔다.
또 드라크마 도입으로 그리스 물가가 싸져 관광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그리스가 호텔 등 관광 기반시설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어 실질적인 이득은 크지 않을 것이란 반박도 나온다. 호텔들이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의 이자가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아이켄그린은 그리스가 드라크마를 도입해 가격이 떨어져 대외 경쟁력을 일부 회복한다 해도 자국내 임금 폭등이 긍정적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C의 클라우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 다른 유럽 국가들이 구제금융 지원 부담을 덜 수 있다 하더라도 다른 문제를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따른 타격에서 자국 은행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물론 더욱 빈곤해질 그리스를 간접적으로 부양해야 할 책임은 여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그리스 국민들이 빈곤에 처해 있는데 EU 나머지 국가들이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의 위기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것 하나가 있는데 바로 EU의 설립 원칙 중 하나는 연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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