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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취 -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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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314회 작성일 10-11-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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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금메달 박탈사건’의 후유증이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을 괴롭히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과 한술 더 떠 ‘성공적 올림픽’이라는 부적절한 평가를 한 일 등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분노와 허탈감이 극에 달한 국민의 입장에선 국제 스포츠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톱10’에 든다는 김운용 IOC 위원이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따지고 싶을 것이다. 동계 올림픽 기간 내내 매우 열심히 활동했다고 생각하는 김회장으로선 지금의 상황이 퍽 억울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한 기자가 김운용 회장에게 ‘(당신에 대한) 국민 감정이 좋지 않다’고 말하자 ‘나는 그 이상으로 좋지 않다’고 가시 돋힌 말을 했다. 결국 그는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면서 “앞으로는 IOC 위원과 국제경기연맹 총연합회장으로 ‘국제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만’ 활동하겠다”며 그간 자신이 한국 스포츠계에 기여한 공로를 무시당한 데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바로 전해(前年) ‘태권도협회 파동’ 당시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태권도인들에게 “나는 무(無)였던 태권도에서 유(有)를 만들어냈다. 다 밥 먹고 살게 해주고 태권도과를 만들어 교수도 시켜주었더니…”라며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고 태권도 협회 회장직에서 끝내 사퇴한 경력이 있으니 빈말은 아닐 것이다.

나는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단 한번의 CF 출연만으로도 수억 원을 받는 성공한 스타들의 인터뷰에서 흔히 듣게 되는, ‘생각보다 돈을 못 벌었다’는 말을 떠올린다. 이때의 ‘생각’이란 누구의 생각을 말하는 것인가. 그들의 마음은 “당신들은 내가 한 20억쯤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난 사실 10억밖에 못 벌었어”인지 모른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금도 많이 냈고 주위에 도와줄 사람도 많기 때문에 타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돈을 못 벌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이 기울인 노력․시간․정열에 비하면 ‘내가 번 것은 많은 게 아니’라는 자기생각, 자기기준 때문일 수 있다.

독재자도 걸핏하면 “대통령 자리란 생각보다 외롭고 고통스런 자리”라고 말한다. 여름 장마 때면 수해 걱정으로 밤잠을 못자고 혼자 뒤척였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절대권력을 이용해 반대파를 감금․고문하고, 기업인을 윽박질러 천문학적인 통치자금을 받아낸 따위의 즐거웠던(?) 기억들은 애당초 고려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 처음에는 모든 게 국민들이나 팬들 덕분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의 마음속에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밤잠 안 자가며 노력한 건데…’ 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 ‘생각보다 부족하다’는 불만감은 이렇게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균형감각을 상실할 때 생기는 것이다.

지난 30년 간 태권도를 기반으로 세계 스포츠계를 주름잡아온 태권도계의 대통령 김운용도 처음에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참모들과 의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싫은 소리를 하면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그 어느 순간이란 바로 ‘내 생각’과 ‘당신 생각’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시점일 것이다. 김운용은 지금 그 ‘어느 순간’에서 너무 많이 이탈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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