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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유혹 - 김원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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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379회 작성일 10-11-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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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유혹적인 사람이 있다.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말, 자태, 행동 등 매사가 너무 유혹적이라 눈길을 떼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놀랄만한 흡인력으로 주위 사람들의 호감을 얻거나 견고한 지지를 받는다. 그들이 가진 유혹자로서의 자질은 거의 생래적(生來的)이다. 비단 여성이나 성적(性的)인 측면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종류의 유혹은 ‘생래적 유혹자’처럼 사람의 마음을 잡아끈다. 그래서 유혹에 저항하는 일은 누구라도 쉽지 않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보드리아르는 유혹은, 그것이 교묘한 것이든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든 악마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유혹은 성욕보다 강하며 유혹은 늘 악의 유혹이라는 것이다.

김원웅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개혁적 국민정당에 합류했다. 한나라당으로의 입당과 복당이 활발한 시점에서 거꾸로 탈당을 결행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의 탈당소감은 가슴을 울린다. “(한나라당이) 제가 머물러야 할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자체가 유혹이었습니다. 탄압에 저항하기는 쉬워도 유혹에 무너지지 않기는 정말 어렵다는 걸 느끼고 느꼈습니다”

꼭 눈에 보이는 돈이나 명예, 권력만 사람을 유혹하는 건 아니다. 김원웅의 말처럼 ‘인간적으로 정이 든 사람이 많아서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울 경우’ 그것도 일종의 유혹이다. 외투를 벗기려는 바람에 맞서 단단히 옷깃을 여미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저항의 대상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혹은 나그네 스스로 외투를 벗게 하는 해님과 같아서 저항이 쉽지 않다. 적당한 명분과 결합하는 순간 유혹은 악마의 전략의 아니라 천사의 속삭임으로 변한다.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굴종이 타협으로 치환되고 용기는 무모함으로 매도된다.

김원웅은 경실련에서 여야 국회의원 2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0년 의정평가에서 종합 1위, 대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 12명에 선정된 바 있고, 정치부 기자들이 뽑은 ‘가장 깨끗한 의원’이며, 시사저널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경력을 반영하듯 이번에도 그의 정치적 결단에 대해 시민단체나 지역구 유권자들은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또 한쪽에서는 “그동안 민주개혁세력을 대변하는 듯“한 김원웅이 실제로는 공화당과 민정당을 거쳤으며 ”조직에 융합하지 못한 채 개인의 인기에 영합한 독선적 언행으로 일관해왔다”고 말화살을 날린다. 그의 전력시비에 대해 김원웅은 ‘생활인’이었다는 말밖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며 그런 원죄가 있기 때문에 지금 더욱더 원칙에 충실하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을 ‘생활인’이라는 유혹에 무너졌던 한 나약한 인간의 자기고백이며 다시는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로 이해한다. 어느 해 가을 김원웅은 인도에서 보낸 엽서를 통해 “비울수록 깊어지는 나라, 인도에 왔습니다. (…) 빨리 떠나고 싶습니다. 더 있으면 돌아가고 싶지 않을 거 같아서”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김원웅도 인도처럼 ‘자꾸 비우면서 깊어지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정치적 오해를 무릅쓰고 말한다면, 나는 김원웅의 ‘무모한 결단’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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