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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력이라는 거대한 흡입력 - 고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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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164회 작성일 10-11-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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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활성화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터넷에 대한 찬반 논란은 우리 사회의 변함없는 단골메뉴다. 특히 2002년 대선을 통해 인터넷의 파괴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참여정부가 인터넷을 통한 인사추천 정책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국민참여 활성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우스개 소리로, 요즘 사람은 인터넷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단다. 하지만 인터넷 활성화에 대한 여러 시도를 저급한 대중주의로 보는 이도 있고 사이버 테러 같은 행태에 극도의 혐오감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인터넷 활용의 대차대조표가 이익일지 손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고도원이라는 사람은 매우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인물이다. 그는 중심과 주변이 따로 없다는 인터넷 공간에서 대단히 민감한 분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도원은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대통령 연설담당관 비서관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한 50대 중반의 사내다. 그가 운영하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인터넷 공간의 슈퍼스타다. 좋은 책에서 골라낸 어록과 이 글에 대한 짧은 해설로 구성되어 있는 ‘아침편지’를 매일 아침마다 이메일을 통해 받는 이가 160만 명(2005년 말 기준)이 넘는다. 아침편지를 받는 이들은 고도원의 해석을 통해 드러나는 삶에 대한 그의 통찰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어떤 경우엔 오히려 책의 어록보다 그의 해설에 더 공감한다. 책 내용을 앞서가지도 않지만 핵심을 놓치는 법도 없다. 절제와 분별력의 극치다. 혹시 과장이라고 느껴진다면 아침편지 사이트를 방문해서 2001년 8월 1일 이후 일요일과 설연휴를 제외하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배달된 그의 ‘아침편지’를 찬찬이 읽어보라. 그의 분별력이 탁월하다는 더 확실한 증거는 ‘아침편지’를 운영하는 그의 태도에 있다. 애초 개인 홈페이지로 출발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회원으로 인해 일정한 경비가 필요하게 되자 그는 아침편지를 통한 ‘십시일반’이라는 모금방법을 이용해 수억원의 돈을 거두었다. 적게는 1,500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수만 명의 회원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한 결과였다.

한국형 명상센터를 세우겠다는 그의 야무지고 가슴설레는 포부를 담은 편지에 동의해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모금액만 이십억원에 가깝다.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의 다수에 의해 이런 엄청난 일이 이루어지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건’의 핵심은 사이버상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었던, 사람 사이의 깊은 교감을 가능하게 한 고도원의 분별력에 있다. 그것은 투명하고 공정한 모금 과정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고도원은 ‘아침편지’ 회원 중에서 자신과 사적 교분이 전혀 없는 회계전문가와 변호사 등에게 모금의 집행과 감사 업무를 맡겨 참여자의 신뢰와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을 통한 참여민주주의를 구상하고 있다는 정책관계자들에게도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아침마다 배달되었으면 좋겠다. 사례연구라는 게 멀리 있지 않다.

‘아침편지’를 열어보는 게 아침의 첫 일과가 될 만큼 ‘아침편지’에 중독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만큼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게임 설계자는 게임에 빠지는 일이 없다고 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전체 구조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환경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도원의 분별력은 아마도 그런 종류일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국민참여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는 이들에게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권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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