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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첫女대법관 "대법, 부시-고어 대선 개입 안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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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682회 작성일 15-07-23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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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 개입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미국 최초의 연방대법원 여성 대법관 샌드라 데이 오코너(83)는 25년간 연방 대법관으로 일하면서(1981~2006) 내린 판결 중 가장 중요한 사례를 추리는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사례로는 주저 없이 지난 2000년 공화당 조지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맞붙은 대통령 선거에서 플로리다주 재검표를 중단시키고 결과를 확정지은 것을 꼽았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29일(현지시간) 시카고 공영TV(WTTW)를 통해 방송된 '시카고 트리뷴' 편집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 주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으면서까지) 그 사례에 관여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대법원은 당시 플로리다주 재검표 문제가 대선의 중대 이슈로 부상하자 사례를 접수하고 판결을 내렸다"면서 "그때 연방대법원이 심리를 거부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당시 판결은 파문을 일으켰고 연방대법원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플로리다주 선거관계자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한 결정을 내려주어야만 한다고 믿었다"면서 "그러나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지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공화)에 의해 지명돼 미국 사법기관 최고 자리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다.

그는 공화당원이기는 하지만 연방대법원에서 공화-민주 지지 성향의 대법관들이 팽팽한 이념대결을 벌일 때마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결정적 한 표를 행사하는 이른바 '스윙 보트'(swing vote)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부시와 고어 후보의 대선 심리에서 연방대법원 9명의 대법관(공화 5, 민주 4)은 플로리다 주대법원의 재검표 명령에 대해 5대4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이 판결에서도 '스윙 보트' 역할을 해 부시가 현직 부통령이던 고어를 꺾고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당시 동료 대법관들이 내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개인적 로비를 펼친 일은 결코 없었지만 서면 논쟁을 통해 내가 지지할 만하다고 믿는 점들을 제시하는 등 설득 노력을 기울이곤 했다"며 "가끔은 그들의 노력이 성공을 거뒀다"고 회고했다.

2000년 대선 결과 고어는 총 득표수에서 부시를 54만여 표로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271대 267로 밀리자 접전이 펼쳐졌던 플로리다 주대법원에 수작업 재검표를 요청했다.

주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일부 선거구에서 재검표를 진행한 결과 두 후보의 표차는 400여 표까지 줄었다. 전지역에서 재검표를 할 경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연방법원은 부시 측 청원을 받아들여 심리를 진행한 끝에 검표 중단 판결을 내렸고 고어는 이를 수용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오코너는 '법관 선출제'(judicial election) 폐지론에 대한 지지 입장도 밝혔다.

'능력별 선발제'(merit selection)를 주장해온 오코너는 시민 자문위원단이 각 주지사에게 추천한 인물을 법원이 지명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코너는 은퇴 후 공을 쏟고 있는 시민 교육 '아이시빅스'(iCivics) 프로젝트 홍보차 지난 26일 시카고를 방문, 인터뷰를 녹화했다. 아이시빅스는 인터넷상에서 비디오 게임 형식으로 준법정신과 시민의식 등을 교육하는 커리큘럼이다.

그는 미국 대부분 학교가 시민의식 교육을 졸업 필수 과정으로 지정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에게 시민 교육을 시키는 것은 미래 국민의 선거 참여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오코너는 현재 법조계에서 활동 중인 후배 여성들을 격려하면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법조인으로 자리 잡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2006년 은퇴했지만 지금도 (연방대법원이 있는) 워싱턴 D.C.에 머물 때면 법정에 나가 논쟁과 심문 과정을 경청하고 판결문도 읽는다"면서 "연방대법원 법정에 3명의 여성 대법관이 앉아있는 것을 바라보면 마음이 무척 뿌듯해진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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