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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재난도 아랑곳 않은 뉴욕 상류층의 배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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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644회 작성일 15-07-23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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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주민들은 혐오 시설이 거주지에 들어서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미국 뉴욕의 최고 부유층은 지난 2003년 이례적으로 고속도로와 혼잡한 버스차고지를 '뒷마당'에 유치하려고 애썼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환경 위험이 아니라 위상을 지키려는 욕망이었기 때문이다.


그레고리 스미사이먼 브루클린칼리지 사회학과 조교수가 쓴 '9·12'(원제: September 12)는 공간을 둘러싼 엘리트 주민들의 이중성과 탐욕을 생생하게 살펴본 책이다.

'9·11 이후 뉴욕 엘리트들의 도시재개발 전쟁'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이 책의 분석 대상은 9·11 테러 이후 세계무역센터지구 인근 부유층 거주지 배터리파크시티 주민의 일상과 심리다.

저자는 이 지역 주민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3년간 현장을 조사했다.

배터리파크시티 주민은 빈곤층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 공공재원에의 기여 등 거대 담론에는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자신들의 공간 이미지에 어긋날 때는 냉정하게 지원 의사를 철회했다.

배터리파크시티 주민도 9·11 희생자를 추모하고 아픔을 함께했다. 하지만 추모 관련 메모리얼이 자기 지역에 세워지는 것은 못마땅했다.

방문객이 빚어내는 혼잡함이 싫은 그들은 차라리 버스차고지가 낫다고 로비했다. 이렇게 되면 방문객은 물론 그들을 태운 버스가 자신들의 거주지로 들어오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메모리얼을 지을 때도 주민이 평상시처럼 지하철로 편하게 걸어갈 길을 포함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불편함은 없는지 등에 먼저 관심을 뒀다.

그들에게 메모리얼은 지나치게 감정을 자극하는 구조물일 뿐이었던 것이다. 타인의 불편함보다 자신의 심리적 불편함을 먼저 고려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책은 또 배터리파크시티가 조성될 때 이뤄진 공간적 배타성, 주민들이 다른 지역과의 관계에서 배타적 태도를 발전시킨 방식 등을 살펴본다.

저자는 "배터리파크시티의 배타적 공간이 지역 내 주요 사회경제적 인물과 상호작용하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주민의 정의와 입장, 또 주민과 외부인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9·11을 일반적 정치 잣대가 아닌 공간사회학적 시각으로 조명한 독특한 책이다.

권민정 옮김. 448쪽. 1만9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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