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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체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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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158회 작성일 10-11-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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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약회사가 개발한 국산 신약이 국내 최초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다. 지난 12년 간 수천억 원의 연구비를 쏟아 넣은 결과다. 10년 정도 투자해 신약 1개가 나오면 대성공인줄 알면서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견디기 어려워 하루라도 빨리 의약품으로 판매하려는 조급함으로 인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모양이다. 그 과정에서 연구진들이 겪었을 마음고생을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책임연구원 한 사람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또 한 사람은 아직도 암으로 투병 중이란다. 하지만 끈질긴 집념의 결실로, 향후 10년 간 기대수익은 1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뜬금없이 참여정부의 기초체력을 생각한다. 지금은 그 이름이 바뀌었지만 청와대의 국민참여 수석실은 참여정부의 기초체력을 가늠하는 곳이라 할만하다.

참여정부를 표방하는 노무현 정권 하에서 국민참여 수석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다. 그런데 국참실은 많은 사람의 예상처럼 정책결정에 국민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일차적 목표가 아니었다. 목소리가 큰 민원에 밀려 대국민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는,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는 억울한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부서라고 스스로의 존재의미를 규정한다.

국민들로 하여금 문제의 시정을 요구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게 하는 것이 일차적 의미의 참여정치라면 현실세계에서 그럴 능력이나 환경을 갖지 못한 사람의 마음까지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참여정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참실은 집을 짓는 부서가 아니라 꼼꼼하게 집터를 고르는 부서이며, 노무현 정권의 기초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조직일지 모른다. 그런 일이 지루하고 가시적 성과가 없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해외전지 훈련장에서까지 체력훈련을 강조한 히딩크가 처음에 여론의 호응을 받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일 터이다.

우는 애에게 떡 하나 더 주어 울음을 그치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목소리 큰 사람 뒤에서 울지도 못한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눈길을 외면하지 않는 일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한 증권회사는 광고를 통해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라고 유혹하지만 보이지 않는 눈물의 의미까지 헤아릴 수 있어야 새로운 참여의 정신이 완성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은 또한 한 정권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우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종류의 일은 닦달을 한다고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다만 국참실이 애초에 그들이 주장한 참여의 정신을 잃지 않고 그 정신에 부합하고 있는지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된다. 시간을 갖고 기다리자.


청와대는 참여정부 출범 당시 신설된 '국민참여수석실'을 2003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참여혁신수석실'로 명칭을 바꿔 운영했으며, 2004년 5월 참여혁신수석실은 4차 조직개편에서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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