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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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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136회 작성일 10-11-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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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정조 회장이 극우파 거두답게 화끈한 발언으로 화제에 올랐다. 일제의 창씨개명은 조선인들이 원해서 이뤄진 것이라는 망언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 정치인이나 지식인들 망언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종군 위안부 공중 화장실 발언, 안전을 위해 한국을 병합, 식민지 근대화론 등 일본이 토해낸 한국 관련 망언 리스트는 양도 그렇지만 그 내용도 엽기적이다.

망언은 정상을 벗어난 망상자의 말이다. 망상은 병적인 원인에 의해서 생기는 불합리하고 그릇된 주관적 신념을 가리킨다. 당연히 망상자의 말은 궤도를 이탈한 열차처럼 위태하고 종잡을 수 없다. 망상을 가진 사람들은 ‘그 사람의 인품이나 학식으로 미루어 보아 절대 그럴 것 같지않은 말’을 천연덕스럽게 내뱉는다.

대개 망상장애를 가진 사람의 망상은 한 가지 주제에 국한되어 나타나며 망상의 내용이나 논리가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다른 인격기능은 아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주위사람들도 평상시에는 그 사람이 그같은 비정상적인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따라서 망상자의 궤도를 이탈한 말들을 망언이라 생각하지 않고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망언을 하는 사람들 모두를 망상장애 환자로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지만 일본의 망언은 거의 병적인 수준에 가깝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망언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나는 그들이 ‘자기 지각 이론’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인간은 자신이 행동한 것과 동일한 견해를 가지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정치적 성향이 희박한 사람이 우연히 어떤 시위에 참가하게 되면 그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주의나 노선을 믿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행동을 하면 흔히 인간의 사고도 그 행동에 구속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이다. 지루하고 의미없는 일이라도 일정 시간 계속하다 보면 나중에는 ‘뭐 그럭저럭 재미있네’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자기합리화다. 그런데 자기합리화가 지나칠 경우 내 관점은 세상의 모든 관점의 중심이 된다. 다른 관점이 있거나 새로운 사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본 것도 믿지 못하고 오히려 믿는 것만 보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 1편을 전설로 만든 영화 기술은, 스틸 카메라 120대를 원형으로 배치하고 정지동작을 동시에 촬영한 다음 컴퓨터 작업을 거쳐 마치 카메라 한대로 인물 주변을 순식간에 360도 회전한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카메라 기법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새로운 시각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며 때론 열광의 이유가 된다. 집요하게 한 시각만을 고집하지 않는 매트릭스적 시각을 가졌거나 적어도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망언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도 일본 못지않은 망언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듯 자민련 대변인은 일본의 유사법제 통과에 대한 국내외 비난 여론에 대해 “일본이 자국의 이익과 자위를 위해 힘을 기르겠다고 국론을 모으고 있는데 대해 주변국들이 비난하는 것은 소아병에 불과하다”고 비장함을 토로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면의 정치적 이유를 모르지 않지만 이 정도면 망언의 골격을 제대로 갖춘 셈이다. 아무리 외교적 수사로 근사하게 포장되어 있더라도 최소한의 역사의식도 갖추지 못한 채,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내가 믿는 것만 보면서 사실이라고 강변하면 그게 바로 망언이다. 혹시 망언이란 단어를 ‘일부 정신이 흐릿한 일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일컫는 고유명사인줄 착각하고 이말 저말 함부로 내뱉고 있지는 않은가. 공인된 자, 망언에 주의해야 한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기가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한다. 망언을 하는 사람도 대부분 자신의 말이 망언임을 인지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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