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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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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470회 작성일 10-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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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와서 힘겹게 이민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꿈에도 그리던 한국에 한번 가보려면 두 가지가 해결되어 있어야 한다. 첫번째가 '신분문제'요 두번째가 '어느정도의 경제적 성공'이다.

이 두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행은 언감생심이다. 신분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왕래가 불가능하니 당연히 미루어질 것이고, 신분이 해결되었어도 딱히 가족과 친구들에게 내세울 만한게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면 또 차일피일 미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을 보면, 한국 떠난지 이삼십년이 되었어도 그 사이에 한번도 고국에 가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의외로 꽤 있다. 물어보면 ‘어찌어찌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라고 대답을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유난을 떨고 미국엘 가더니, 기껏 한다는 게 겨우 그거냐?’ 이 소리가 듣기 싫은 게다.

그래 돈좀 더 벌고 나중에 생각하자. 일년만 더 일년만 더.. 하다 보니 자꾸 길어지고, 기간이 길어지니 친구들과 뜸해지고 멀어지고, 그러다 보니 아예 한국에 갈 필요성 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부모님들이라도 한국에 계시면 그 핑계라도 나가볼 텐데 부모님들이 미국에 계시면 정말로 한국에 나갈 일이 아예 없더랜다.

‘가면 뭐합니까? 만날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되는거다.



다행히 일부의 사람들은 신분도 해결했고, 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이젠 한국 친구들에게 가서도 자신있게 ‘나 뭐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한국에 나가 볼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때가 대략 미국생활 10년차 즈음이라고 한다.

근데 이때엔 또 다른 문제가 하나가 나타난다. 미국살이 대부분이 자영업을 하는데, 다른 사정이 다 허락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누구에게 맡기고 갈 형편이 되질 못하는 것이다. 모처럼 한국에 한번 나가기로 했으니 한 한달쯤 충분히 기간을 잡아서 다녀오려고 하는데 그 기간동안 가게를 비울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누구에게 맡기나.. 그 동안 비지니스에 문제는 없을까.. 돈은 도대체 얼마가 손해일까.. 이 시점에서 모처럼 마음먹은 한국행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허다하댄다.

다행히 맡아줄 믿을만한 사람도 생겼고, 미리미리 준비를 잘해서 한달정도 비워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고국행 비행기를 탄다.


더 큰 문제는 이 다음 부터란다.
한국에 도착하고 한 보름정도는 그냥 기분에 들뜨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 들떠서 그냥저냥 보낸댄다. 역시 내나라 내땅, 우리 조국이 제일이야. 살맛 나는 우리나라.. '재미없는 천국 미국'을 잠시 떠나, '재미있는 지옥 한국'에서의 생활은 짜릿하겠지.

근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 한댄다. 틀림없이 고향에 돌아 온건데도 남의 집 더부살이 하는 객마냥 어색한 생각이 자꾸 든댄다. 떠나 온지 얼마나 됐다고.. 한국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색하댄다. 그렇게 느끼는 나 자신이 소름끼치도록 놀랍댄다.

기후에 적응이 안되고, 회색 빛깔에 적응이 안되고, 교통상황에 적응이 안되고, 쏟아지는 정보에 적응이 안되고, 사람들 더미에 적응이 안되고, 심지어 사람들 발걸음이나 표정에도 적응이 안된댄다.
내가 왜 이러지..내가 왜 이러지..

바쁜 사람들 틈에 내가 끼일 자리는 한곳도 없다는 것도 기가 막힌다. 미국에서 철저히 이방인으로 살면서 그래도 내나라 내땅에 가면 내가 주인이라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서마저도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들다니.. 기가 막힌다.


내게는 겨우 한뼘의 길이보다도 짧게 지나간 세월인데, 한국에 살던 사람들은 십여년을 달아나 버리고 말았으니 그 황당함도 크겠다. 그 사람들은 세월에 정지해 버린 내가 생경하고, 나는 나보다 훌쩍 지나가 버린 그 사람들이 생경하겠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내 나라 내 땅에 와서 내가 이런 기분이 들면 안 되는데.. 그러나 결국 한달을 고비로 그 그리워하던 한국을 다시 떠나고 싶어 한댄다.
아 이게 뭔가? 나는 누군가?

얼마나 가슴이 무너져 내릴까. 영원히 적응하지 못할 미국땅에 살면서 그래도 내게는 마음 편히 안길 고향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고향이 내게 더욱 생경하게 다가왔을때.. 내심 혹시 기회가 닿으면 한국으로 영구 귀국할 계획도 조금은 있었는데.. 씨바

죽을 때까지 영원히 타인으로 살아갈, 숨막히는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어떤 기분일까, 아무래도 나는 그냥 저 땅에 뼈를 묻어야 하나보다.. 절망하겠지.

내가 자란 곳 한국도, 내가 살고 있는 곳 미국도, 어느쪽도 내가 편히 발뻗을 곳이 아니라니..
하늘로 날아가지도, 그렇다고 땅에 내려 앉지도 못할 인공위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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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남들이 하도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길래 그냥 주절거려봤는데.. 안 그런 사람도 물론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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