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여, 무조건 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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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엘렌공주 댓글 0건 조회 1,752회 작성일 09-10-09 14:33본문
중년이여, 무조건 씹어라!
“한 끼 30분, 한 입 30회…면역·항암 효과까지”
이시형_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한국의 소화제는 세계 최고다. 자랑이기도 하지만 한편 창피하기도 하다. 그만큼 소화불량이 많다는 뜻에서다. 제일 큰 이유는 우리의 씹지 않는 식습관 때문이다. 국밥에서부터 물에 말아 먹는 습관까지…. 우리는 국수도 스파게티와 달리 물국수다. 성질 급하고 서둘러 한 끼 때워야 한다는 조급증 탓이겠지.
우리는 잘 씹지 않는다. 질긴 갈비도 씹기 귀찮으니 그냥 꿀꺽 삼킨다. 위장에는 이빨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그것을 소화하려니 위가 과로할 수밖에 없다. 위하수, 위무력증은 씹지 않는 데서 비롯한다. 배탈 잘 나고 위암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요즈음 패스트푸드는 우리 급한 성격에는 딱이다. 햄버거·핫도그…, 씹을 것도 없다. 우유·요구르트·크림, 여기에 요즈음은 죽집도 성업이다. 그러니 고기가 질기면 난리다. 입에 넣으면 크림처럼 살살 녹아야 좋은 고기라고 즐겨 먹는다. 도대체 씹을 필요가 없다.
옛날 조상들은 질긴 식물 섬유질을 먹으려니 하루에 6,000번을 씹었다. 요즈음은 200번이라는 보고다. 소화될 리가 없다. 문제는 소화만이 아니다.
안 씹으면 우선 세로토닌 분비가 저하된다. 이 뇌내(腦內) 호르몬은 공격 호르몬 NA와 엔도르핀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파괴성, 좋다고 마냥 빠져드는 각종 중독성, 이 모두 세로토닌 결핍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것은 우울증을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다. 생기·원기·활력이 없고 고개를 숙인 채 늘어진 중년의 모습도 이 때문이다.
씹지 않으면 뇌의 활동도 저하한다. 소리 내어 씹어 보라. 그 자극이 바로 뇌에 전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뇌에 전달되는 운동정보는 ‘저작(咀嚼, 먹이를 씹어 부수는 일)’운동에서 50%, 다음이 팔·다리 각 25%다. 저작이 얼마나 뇌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놀라울 정도다.
잘 씹어야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도 참으로 과학적인 이야기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여문 사료와 연한 사료를 따로 주었더니 여문 사료를 먹은 쥐가 미로 찾기 등에서 훨씬 영리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사람 두뇌가 발달한 역사를 봐도 저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30만 년 전, 산불에 탄 짐승 고기를 먹으면서 500g이던 뇌가 1,000g으로 비약적 발전을 하게 된다. 날고기는 씹을 것이 없었지만, 불에 탄 고기는 질긴 탓에 많이 씹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많이 씹으면 집중력, 기억력 향상으로 학업 성적이나 업무 능률이 올라간다는 많은 연구 보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씹는 것에 의해 구강 감각 기관의 자극이나 미각에 의한 뇌의 흥분 등이 뇌의 광범위한 부위를 자극하게 된다. 그리고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이 소화관으로부터 분비돼, 이것이 해마를 자극해 기억력을 높이는 역할을 해준다. 다음은 혈관 노화 방지에 큰 몫을 한다.
잘 씹으면 이하선(耳下腺)의 파로틴(parotin) 분비가 왕성해져 이것이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피부에 윤기가 나고 한결 젊게 해준다. 이것은 25~30세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다 이후 감소한다. 중년이 될수록 더 많이 씹어야 하는 까닭이 이해되리라. 중국 고서에서는 침을 불로장수액으로, 이를 옥액(玉液)·신액(神液)·영액(靈液)이라고 불렀으며 하루 세 번 침을 모아 마시라고 권장했을 정도다.
침의 중요한 기능이 면역, 항암 작용이다. 니시오마 교수의 연구 보고가 획기적이다. 시험관에 여러 종의 발암물질을 넣은 후 침을 섞었더니 30초 내에 발암물질 독성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보고다. 농약·유독가스·식품첨가물 등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것. 이들이 모두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침의 강력한 항암작용에 새삼 놀라게 된다.
저작은 ‘제3의 심장’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가 잘 씹은 음식을 뱉어 먹여주셨다. 새나 짐승도 어미가 잘 씹어 새끼에게 먹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즈음 젊은 엄마들이 보면 깜짝 놀랄 일이지만, 이보다 더 좋은 면역법도 없다. 조상의 슬기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중년이 되면 이명·현기증·두통·어깨결림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뚜렷한 원인이 없다. 그런데 치과의사 보고에 의하면, 이것이 어릴 적 잘 씹지 않아 영구치 발달이 잘 안 될 뿐 아니라 치열도 고르지 못해 온다는 사실이다. 잘 씹지 않으면 평생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
저작 운동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 운동이나 마찬가지로 근방추를 자극해 머리를 가뿐하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무언가를 하게 하는 기력(氣力)을 만들어 준다. ‘어금니를 깨물고’, 자! 무언가를 할 때를 생각해 보라. 목에 힘을 주고 머리를 꼿꼿이 세우지 않으면 기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다 알고 있다.
패전 선수의 고개 숙인 모습, 직장에서 쫓겨난 중년의 무기력한 모습, 낙담하면 절로 목이 앞으로 늘어진다. 그리고 이를 악물 때의 근육의 움직임이 목 뒷근육과 연동해 뇌혈류를 좋게 해준다.
심장의들이 저작을 ‘제3의 심장’이라고 일컫는 까닭도 여기 있다. 우리 몸에는 심장 박동만으로 정맥혈을 되돌아오게 하기 힘든 부위가 적지 않다. 가령 발끝의 정맥혈이 다시 되돌아가려면 심장의 펌프 작용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보조해 줘야 한다.
먹는 일은 너무 일상적이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씹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고 자세하게 쓰는 까닭도 실은 이것이 생활습관병을 만드는 중대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3대 리듬 운동(‘걷고, 씹고, 숨쉬고’)의 부족이 현대의 풍요가 만든 생활습관병의 원흉이다.
침만큼 강력한 소화제·면역제·살균제·항암제는 없다. 몸에 좋다고 괜히 ‘딴 짓’ 하지 말고 잘 씹고 천천히 먹어야 한다. 최소한 한 끼에 30분, 그리고 한 입에 30회는 씹어야 한다. 입에 든 음식이 다 넘어가기 전에 더 넣을 생각만 안 해도 우리 건강은 보장된다.
그리고 중년이 되면 건강 검진만큼 치과 검진도 규칙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가 시원찮으면 씹고 싶어도 안 된다. 치의학이 의학에서 독립해 나간 것도 그만큼 치아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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