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날 때는 잠시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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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324회 작성일 15-07-0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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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간호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간호사들에게 원한 사면 빨리 죽는 지름길. 우리는 살리는법만 아는 게 아니라 죽이는 법도 알아요'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는 이어 '시비 걸지 마라. 환자, 보호자들, 맘만 먹으면 너희 2초면 숨지게 할 수 있다. 그래도 정상인이라 분노 조절 중'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처럼 최근 SNS를 타고 자신의 분노를 아무렇지 않게 표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분노에 대해 또 다른 사람들이 동조하거나 반대하면서 또 다른 분노를 나타낸다.

필자 또한 SNS 초보 시절(지금도 여전히 초보이긴 하다.) 친구의 글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해 비판하는 리플을 단 적 있다. 하지만 내 리플 바로 이전의 리플을 쓴 친구의 지인은 자신의 의견이 공격받았다고 오해해 즉각적이고 원색적인 대응을 한 적이 있다. @의 역할을 몰라서 생긴 오해였다. 그 순간 '이건 다순히 미니홈피 수준이 아니잖아~' 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루 종일 찜찜하고, 뭔가 해명하고 오해를 풀려고 해도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망설였다. 가상의 공간이 아닌 실제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았을 상황이었다.
연애편지를 여러 번 찢고 다시 쓰던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이메일 시대만 해도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텐데, SNS 시대에는 살짝 망설이는 동안 타임라인이 지나가버린다. 이처럼 일상이 되어버린 SNS에서 표출되는 분노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 분노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SNS에서의 분노는 개인들의 의사소통뿐 아니라 지하철 oo녀에 대한 논란들 집단적 분노의 표출까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세상의 익명성은 수많은 인신공격과 경솔한 반응과 함께 집단적인 비난의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있다. SNS에서는 세상을 매우 단순화시킨다. 자신의 기호에 맞는 사건만 편집해서 편을 가르고 선동한다. 사람들은 공격적이며 충동적이고 기계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자폐증 환자처럼 사회성과 공감 능력이 떨어져 다른 사람의 의도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진짜 의도를 모르고 오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사람들은 이유 없는 분노를 표출하며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되어버린다. 페이스북은 'like', 'unlike'와 같은 매우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누구 또는 누구의 글이나 생각이 좋다는 표현을 자주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칭찬이나 애정표현에 인색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매우 위로가 되는 페이스북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의 'like'는 일상에서 쓰는 'like'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클릭 하나로 이루어지는 기계적인 사고방식은 우리를 경계성 인격으로 내몰기라도 하는 것 같다. Yes 아니면 No, all good 아니면 all bad에서 우리는 NO를 당할까봐 불안해한다.또한 버림받을까봐 불안해하며 소외당한 것에 분노한다. 트친과 다툼이 있으면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보다 관계를 끊어버림으로써 공격성을 나타낸다. 심지어 아예 탈퇴하기도 한다.
실제가 아닌 SNS 세상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우리는 불안을 느낀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놓고, 그 글에 대한 리플이나 RT, 'like'를 기다린다. '칭찬'이나 '공감'이라는 보상을 기다리다가 댓글이 없으면 크게 실망하고, 'like' 하나에도 기분이 좋아지고, 'like' 숫자에 따라서 다행이나 외면당했다는 느낌을 갖는다.
다양한 빈도와 강도의 리플은 슬롯머신에서 동전이 쏟아지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조건화된 상태나 중독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미성숙한 심리적 방어기제 중 '투사적 동일시'라는 게 있다. 이는 원하지 않는 자신의 일부를 외부로 표출하고 이에 따른 상대방의 반응을 다시 동일시하는 것이다.
SNS에서 분노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전염되며 투사적 동일시는 사이버공간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분노를 상대방에게 나타낸다. 이를 받은 상대방 역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이런 거침없는 표출은 분노의 발생지를 모호하게 만들고 집단적인 분노로 퍼진다. 사이버공간에서 우리는 분노하지만 어디에도 실존하지 않는 분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성화된 분노는 더 자주 분노하게 만든다. 이런 분노에 무뎌지고 무감각해지는 탈감각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분노가 실제 내면의 것이 아니라 기계적이고 자동적인 SNS에 의한 반응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노트북, 카메라 등 디지털 장비에 열광하고 다른 물건에 비해 돈을 아끼지 않고 최신 기기에 투자한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최신앱을 챙기며, 어떠한 장비가 더 우수하고 혁신적인지 논쟁한다. 그러나 '앱등이'와 '삼엽충'의 논쟁은 디지털 기기의 성능이나 기능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며, 그것이 실제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다. 사람들은 좀 더 아날로그적인 심리학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잠시만이라도 디지털화된 자동 의사 결정과 단편적인 대인 관계의 파워 스위치를 내려버리고 아날로그적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에 집중해보자. 진짜로 존재하는 소통에 대한 의지를 통해서만 홀로 버려지는 불안에서 벗어나고 디지털화된 분노 역시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방식의 사회 참여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면 소셜 네트워크의 일방적인 횡포에 점차 취약해지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기계나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인간에서 진정한 자신의 주인이 되는 휴머니즘을 생각해볼 때다.
칼럼니스트 : 전문의 김진환(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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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늘 내게 인생을 묻다
저자 : 강북삼성병원, 삼성스포츠단
삼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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