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우울해지는 가장 큰 원인,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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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655회 작성일 15-07-06 01:34본문
# 동생이 죽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은따'였던 내 동생이 자살했다. 동생을 하늘로 보내던 날 무심코 흘려 들었던 동생의 "힘들다"는 한마디가 떠올랐다. 왜 그땐 귀 기울여 듣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난 정말 나쁜 언니였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속마음을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 둘째 딸(천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통해 집단 따돌림의 심각성과 가족 간 대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둘째 딸의 자살은 집단 따돌림을 통해 친구와의 관계를 '상실'하면서 생긴 외로움과 우울증으로 발생해 가족에게는 사랑하는 딸과 동생을 잃는 큰 '상실감'을 남겼다.
"원래 가족이 더 모르는 거야"
극 중 첫째 딸(만지)은 유서 한 장 없이 떠나버린 동생이 평소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옆집 이웃(추상박)에게 듣게 된다.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괴롭혔는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친구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어두워지는 표정과 말투를 통해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해맑게 웃는 동생의 얼굴 속에 감춰진 슬픈 감정을 가족이 아닌 남이 더 잘 알 수밖에 없던 이유는 바로 '대화'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둘째 딸(천지)에게 하루하루 돈 벌기 바쁜 엄마와 매사에 무관심한 언니는 남이 아닌 가족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고민이 부담되진 않을까 염려해 먼저 마음을 열지 못했다.
◆ 통계로 말하는 '조용한' 가족
학원 다니느라 바쁜 자녀는 부모와 대화할 시간이 없다. 초등학생 5~6학년생의 10명 중 5명은 하루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30분도 채 안 되며 이 중 약 9%는 아예 대화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과 후에는 약 60%가 2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내고 있었으며 32%가 공부, 27%가 TV 시청, 25%는 친구와 놀거나 운동, 23%는 스마트폰 사용에 2시간 이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014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조사결과)
야근에 회식에 매일 바쁜 직장인들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만들기 어렵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이 하루 중 가족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10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화시간이 어느 정도 돼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1시간 이상'이라는 대답이 44.2%로 가장 많아, 대화에 대한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실행하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 &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
부부간의 대화 수준도 만만찮다. 부부 세 쌍 가운데 한 쌍은 하루에 30분도 채 대화를 나누지 않으며 10쌍 중 2쌍이 배우자에게 '사랑한다'는 애정 표현이나 칭찬과 격려의 말을 거의 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 인구보건복지협회 5차 저출산인식 설문조사)
대화가 부족한 가족은 '가정불화'로 이어지기 쉽고, 가정 불화는 이혼이나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2011년 학교 급별 자살현황'에 따르면 청소년 자살 원인의 36%가 '가정 불화'로 가장 많았으며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 세상에서 가장 큰 상실, 가족의 죽음
갑작스런 자살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가족의 죽음은 어떠한 상실보다도 충격의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배우자, 부모, 자녀 등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우울해지고 '왜 나에게 이런 일어 벌어졌는가?' 라는 생각에 분노하게 된다. 하지만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의 죽음은 나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실의 경험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복귀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힘들어지면 우울증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뇌 영상(fMRI)을 이용한 연구에서도 가족의 죽음을 회상할 때 뇌의 전두엽(Frontal Lobe)의 부위가 활성화 되는데, 이는 상실의 경험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으며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족의 죽음이 모두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에 따라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충격의 정도는 다양하다. 일반적인 애도 단계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우울 증상을 느끼지만, 이 감정이 개인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따라서 죽음을 접했을 때 누구나 느끼는 우울 증상과 장기적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우울증은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
애도는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슬픔을 의미하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4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는 죽음에 대한 충격(Shock)과 부인(Denial)이다. 죽음에 대해 믿지 않으려 하고, 갑작스러운 감정에 압도되어 슬픔과 그리움이 함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2~3개월 정도 지속된다. 두번째는 약 6개월에서 1년 동안 강하게 죽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일상생활을 하는 중 불쑥 고인이 생각나거나 대화의 대부분이 고인과 관련된 주제로 이루어 진다. 그 다음으로는 절망(Despair)과 우울증(Depression)이 나타나는데 가족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 들이지 못해 일상으로의 복귀가 어려워지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일상생활로 복귀하면서 회복(Recovery)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흥미가 생기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꾸려가게 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퀴블러 로스(Kubler-Ross)는 1969년 자신의 저서에서 죽음과 애도에 대한 5가지 심리변화 단계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심리는 몇 가지의 단계적인 변화의 양상을 보이는데, 크게 부정(Denial)-분노(Anger)-타협(Bargaining)-우울(Depression)-수용(Acceptance)의 다섯 단계에 거쳐 나타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여러 단계가 함께 나타날 수도 있고 특정 단계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위에서 설명한 애도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도 회복하지 못하고 계속 고인을 그리며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상태를 외상 후 스트레스의 반응의 하나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슬픔과 우울감, 일상생활에서의 위축, 불안, 초조감 등의 질환적인 증상들이 보이기도 한다.
◆ 가족이 겪을 수 있는 '상실'의 종류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한다. 상실의 대상은 친구, 가족, 돈, 직업, 대인관계 등 다양한 것들이 될 수 있으며 느끼는 고통은 사람들마다 매우 다를 수 있다. 누구에겐 중요치 않은 돈이 다른 사람에겐 큰 상실감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친구와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부모를 잃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어떤 상실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까.
1)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고 불안해지는 '부모'
가정을 책임지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부모는 사업 실패나 정년 퇴임으로 경제력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한번에 상실한다. 직장을 잃는 것은 조직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잃는 것이고, 가족 내에서는 부양자의 역할을 잃는 것이고,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를 잃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스트레스와 부담을 줄 수 있다. 퇴직에 의한 상실감은 직장을 자신과 한 몸으로 생각하고 헌신한 장기 근무자나 겉으로 보이는 직위나 자기의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돈을 쓰거나 부하 직원들을 부렸던 사람일수록 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힘든 환경이나 지속적인 가치관 차이로 인해 부부 관계를 상실할 수 있다. 이혼은 가족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데, 특히 미성년 자녀의 학업성적이나 사회심리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말 못할 고민이 많은 '자녀'
청소년의 경우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는 따돌림을 받을 수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청소년 시기에 교우 관계를 상실하게 되면 이 시기에 필요한 관계를 유지하는 룰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 따돌림이 지속된다면 더욱 관계를 기피하고 타인과 교감을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성인이 된 자녀는 취업난에 부딪치게 된다. 취업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서 20~30대 청년 구직자들은 쉽게 자존감을 상실하는데, 실제 '2014 청년의 삶'에 대해 실태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구직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자살원인이 된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었으며, 10명 중 1명 이상이 자살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려면?
1) 가족과 함께 동네 한 바퀴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는 서양의 격언처럼 신체와 정신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신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진다는 뜻이다.
본인 또는 가족이 여러 가지 상실로 인해 가벼운 우울증 겪고 있다면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운동을 시작해보자. 우울증 완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적어도 4회 이상, 최소 4개월은 꾸준하게 운동해야 한다. 실제로 6개월 이상 꾸준히 운동했을 경우 항우울제를 복용한 것보다 우울증 재발 확률이 더 낮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떤 운동을 할지 고민이 된다면 단순한 걷기 운동도 좋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 대학에서도 18~55세 우울증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걷기가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가볍게 걸으면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담소까지 나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2) 내 정신을 분석해보자
마음드림의원 정찬승 원장은 제대로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나만의 '정신분석'을 해보는 것이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신분석을 하고 본인의 무의식을 탐구하다 보면 새로운 힘이 생기고, 의식의 한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정신 분석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그 밑에 깔린 내면의 심리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찬승 원장은 "어떤 사람들은 정신분석이 대단히 난해하고 심오하며 어려운 작업이라고 오해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여러가지 상실로 인해 힘들다면 가까운 정신과에서 자신의 정신을 분석해보거나, 힘들다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쉽게 풀이 된 정신분석학 책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조언했다.
3) 가벼운 우울증을 위한 자가 관리법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벼운 우울증에 시달릴 때 일반인의 67%, 정신과 전문의의 경우엔 83%가 자가관리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가벼운 우울증을 겪는 정신과 환자, 일반인, 정신과 전문의에게 어떤 자가 관리법을 활용하고 있는지를 질문한 결과 아래와 같은 방법들이 조사됐다.
하지만 자기관리법이 어느 정도 우울증 극복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카페인, 고탄수화물 식이요법, 인삼, 오메가-3, 타우린, 비타민 요법, 가시오가피, 천연남성호르몬(프로게스테론)을 섭취하는 것은 일시적인 기분전환에 도움이 될 진 몰라도 장기적인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어떤 자가관리법은 치료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치료 시점을 늦춰서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자가관리법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경우엔 꼭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 하이닥 가족정신건강 기획특집 목차 >
1. 우리 가족 정신건강, 이대로 괜찮은가
2. 인간이 우울해지는 가장 큰 원인, '상실'
3. '콘트롤 타워' 없는 일상 속 재난, 스트레스
4. 당신은 무엇에 '중독'되어 있나요?
5.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
건강을 위한 첫걸음 -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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