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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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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1,089회 작성일 11-11-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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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약용식물자원을 조사하기 위해 지리산을 올랐다. 새벽부터 저녁 무렵 까지의 고단한 약초 산행을 마치고 따뜻한 온돌방 생각이 간절하여, 허름한 기와를 올린 민박집을 찾았다.

그 집엔 연년생 같은 세 명의 산골 사내아이들이 있었다. 무심코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입 주변은 검은색으로 얼룩이 져 있고 참깨알 만한 무언가를 덕지덕지 붙이고는 입 안 가득 오물오물 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내가 호기심의 눈빛을 보내니 아이들은 신이 난다는 듯이 바가지 가득 담겨있는 '까마중'을 가리키며 이것을 먹고 있는 중이라는 듯 눈망울을 깜박였다. 할머니가 아이들을 위해 꺾어 놓으셨으리라.

아이들을 보며 '맛있어?' 한마디를 던졌더니 한아이가 까마중 열매를 직접 입에 넣어주었고 오랜만에 시큼한 맛을 느꼈다. 볼이며, 코며, 입술이며, 손이며 까맣게 물들어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요즘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깔끔한 도시 아이들의 모습이 교차되었다. 예전엔 나도 아무 의심 없이 저 까만 열매를 몇 알 씩 따서 한입에 털어 넣었던 적이 있었는데, 어디 까마중 뿐이랴, 봄이면 벚나무 열매인 버찌,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선 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자연스럽게 내 손끝에서 입속으로 사라졌었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피곤함을 녹인 어느 가을날 고향집처럼 푸근함과 오래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 지리산 자락의 민박집에 있었다.

까마중의 학명은 'solanum nigrum'으로, 속명 'solanum'은 진통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안정을 뜻하는 solanum에서 왔다는 설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잘 자라기 때문에 '태양(sola)'이라는 뜻에서 왔다는 설이 있으며, 종명인 nigrum은 검은 열매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까마중은 검은색 열매의 모양이 까까머리 스님과 닮았다고 하여 까마중이라 불렀다고 한다.

가지과 식물인 까마중은 이름과는 다르게 흰빛은 꽃잎을 가지고 있는 예쁜 꽃을 피운다. 다섯 장의 꽃잎 한 가운데에는 노란색의 꽃술이 눈에 띄는데, 찬찬히 살펴보니 그 모습이 참 안쓰럽다. 다섯 개의 수술은 한 개의 연약한 암술을 보호하듯이 에워싸고 있는데, 아래는 내려다보지도 안는 암술의 도도함과 수술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 꽃받침은 다섯 개로 갈라지는 초록색 별사탕을 매달아 놓은 듯하다. 잎은 어긋나기 하고 길이 6-10cm, 나비 4-6cm로서 가장자리가 밋밋하거나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한방에서는 까마중의 전초를 용규(龍葵)라 하며, 여름과 가을에 채취하여 사용하고, solanine, solasonine, solamargine 등 여러 가지 알칼로이드가 함유되어 있으며, 알칼로이드의 함량은 열매에 가장 많고 미숙한 열매에는 4.2%가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문헌에 따르면 용규는 열을 내리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종기나 상처를 치료하는데 효능이 있어 종기, 만성기관지염, 급성신장염을 치료하는데 사용한다. 내복시에는 전초 20g에 물 800ml을 넣고 달인 액을 아침과 저녁으로 복용하며, 외용할 때에는 짓찧어 바르거나 달인 물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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