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요즈음 꽃을 피우는 물레나물은 얼굴을 가까이 대면 금방이라도 노란 날개들을 돌려 선선한 바람을 보내 줄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물레를 닮아서 물레나물이라 했다고 하는데 나무로 만든 육각의 실을 풀어내는 물레의 모습을 그리 많이 닮지는 않아 보인다. 모양으로만 본다면 바람개비를 더 많이 닮았다. 근데 왜 '바람개비꽃'이나 '바람개비나물'이 아닌 물레나물일까? 필자의 추측으로는 'ㄹ'을 연음한 언어에서 오는 부드러움과 그 옛날 물레를 짓고 있던 어머니의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모습 등이 어우러져 …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6 09:42
조회 1110
더보기
|
흰 빛이 매혹적인 백합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식물을 가리키는 나리를 알고 있는 사람을 얼마나 될까? '나리'는 백합과의 식물을 일컫는 우리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백합을 '나리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름에 '나리'라는 말이 붙은 식물은 참나리, 솔나리, 애기나리, 뻐꾹나리 등 대부분 눈에 띄게 예쁜 꽃을 피운다. 말나리도 백합과의 하나로 '나리'라는 단어 앞에 '크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접두어 '말'이 붙는데, 그대로 해석하자면 '큰나리' 쯤으로 해석하면 될까? 하지만 말나리는 다른 나리꽃…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6 09:41
조회 1019
더보기
|
입추가 되면 양지바른 들녘에 바람에 부러질 듯 호리호리한 마타리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 2m 정도까지 가늘고 길게 자라는 마타리의 전체 모습을 사진에 담기엔 영 수월치 않다. 무엇이 마타리를 이렇게 키를 키우데 에너지를 쏟게 했을까? 식물은 각자의 삶의 방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은 어린 씨앗을 위한 것이고, 어미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터를 잡기 바라기 때문에 어린 씨앗에 여러 가지 여행 장비들을 만들어 준다. 마타리는 쑥부쟁이나 구절초 등의 국화과 식물이 꽃을 피우기 시작할…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6 09:40
조회 996
더보기
|
흰색 꽃을 피우는 뚝갈은 노란꽃을 피우는 키다리 마타리와 함께 패장이라 해 예부터 약으로 많이 쓰였던 풀이다. 패장으로 쓰이는 풀은 그 이름값을 하는데, 식물체를 캐어 보면 구린내 같기도 하고, 발 냄새 같기도 한 퀴퀴한 냄새가 난다. 그래서 썩을 패자에 젓갈 장자를 쓰고 있다. 그냥 지나치면서 보면 깨끗한 흰빛을 발하는 풀인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볼라 치면 고물고물 냄새가 올라온다. 말 못하고 서 있는 이 풀도 어찌 아는 것인지 자기를 해하려는 움직임을 느끼면, 곧바로 고약한 냄새를 피워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6 09:40
조회 998
더보기
|
하나의 음절에서 오는 느낌의 차이가 참 크다. 어수리는 '수리'라는 단어 앞에 '어'자 한 음절이 붙은 것뿐인데,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다. 보통 '수리'라는 단어는 수리딸기, 비수리, 참수리, 독수리처럼 단아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주지만, 어수리는 왠지 모를 어수룩한 느낌을 준다. 어디에서 어수리의 어수룩함을 찾을 수 있을까?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주변을 압도하며 서있는 강한 카리스마하며, 탐스러운 흰 꽃봉오리를 만들어 내는 모양새나, 또 열매는 얼마나 푸짐하게 달고 있는지 어수리에서는 어수룩함의 …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6 09:39
조회 1043
더보기
|
우리나라 고유어로 돼 있는 식물 이름 중에 히어리, 히초미, 모새달 등 외래어를 연상하게 하는 이름들이 있다. 바디나물의 바디도 영어 단어를 연상하게 하는데, 몸매가 좋은 식물이긴 하지만 바디의 뜻이 'body'에서 온 것은 아닐 테고, 무슨 뜻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다만 베틀 짤 때 베가 꼼꼼히 짜이도록 씨실을 툭툭 쳐주는 '바디'라는 것이 있는데, 이 고유어에서 유래된 이름이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굳이 두 개의 닮은꼴을 찾자면, 바디나물의 줄기나 열매에 있는 세로의 줄무늬가 바디의 세로줄을 닮기는 …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6 09:38
조회 1048
더보기
|
시인 안도현은 '무식한 놈' 이라는 시에, 구절초와 쑥부쟁이을 구별하지 못하는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빙긋 웃음이 새어나왔다. 일곱 살 난 딸아이는 구절초든 감국이든 쑥부쟁이든 모두 국화로 통한다. 흰국화, 노란국화, 보라국화로 그리고 때로는 가을에 피는 저 많은 꽃들을 '들국화'로 통일시키기도 한다. 무식한 안도현 시인과 순진한 7살 딸아이, 어찌 보면 무식함과 순수함은 같은 뜻을 나타내고 있는 듯 하다.9월과 10월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흰꽃, 노란꽃, 보라꽃이 함께 피어있어 너나 내나 …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6 09:36
조회 1230
더보기
|
울산댁이라 불러줄까? 엄연히 따지면 남아메리카에서 바다 건너 왔으니 남아메리카댁이라 불러주는 것이 맞겠다. 그 먼 유럽에서 우리나라에 살러온 이방인들을 학자들은 울산도깨비바늘이라 이름 붙였다. 고향인 남아메리카에서 'broom stick(말라깽이 막대기)'으로 불렸던 이 식물은 배를 타고 건너왔는지 울산 장생포 방어진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이 낯선 식물은 도깨비바늘과 많이 닮아 있어 우리나라 이름인 '울산도깨비바늘'을 하사받은 것이다. 울산도깨비바늘은 도깨비바늘과 같은 속으로, 식물의 이름은 씨앗에서 온 것 같다.…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6 09:36
조회 1261
더보기
|
밭고랑을 메는 할머니의 호미질에 빨갛고 통통한 쇠비름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땅에 떨어지면서 쇠비름은 뾰족한 씨앗 뚜껑을 열어 모래알 같은 작은 씨앗을 흩뿌린다. 나뒹구는 까만 씨앗을 보면서 머리가 정말 비상한 이 작은 생명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환경에 맞게 진화한 쇠비름의 적응기를 잠시 들여다보면, 쇠비름은 보기에도 물이 많아 보이는 통통한 줄기와 잎을 가지고 있어 다른 식물보다 많은 수분을 저장할 수 있고, 잘 발달된 큐티클(cuticle)은 뜨거운 태양열로부터 식물체 보호는 물론 수분의 증발을 억제할 수 …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6 09:29
조회 1027
더보기
|
자연의 색은 쉽게 흉내 내거나 따라 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왕고들빼기의 꽃 색을 보면 노란색도 흰색도 아닌 은은한 미색을 발하는데, 그 오묘한 색은 눈에 설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왕고들빼기 꽃은 여러 개의 꽃송이가 모여서 하나의 다발을 만들었는데, 한 송이 꽃이라 해도 믿을 만큼 정교하게 모여 있다. 이렇게 피어있다 며칠이 지나면 미색의 꽃송이 대신 하얀 깃털이 달린 씨앗을 한 무더기 만들어 낸다. 그리곤 가을바람에 홀연히 씨앗을 날려 보낸다. 왕고들빼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식물체의 크기가 매우 크다. 고…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6 09:28
조회 1040
더보기
|
천년고도 경주에는 신라왕국의 성이자 궁궐인 월성(月城)이 있고, 이 오래 된 옛 성터에 흔히 안압지(雁鴨池)라 불리우는 연못터가 자리하고 있다. 1975년 이 연못터를 조사하던 중 8세기 신라 경덕왕대로 추정되는 나무로 깍아 글을 써 넣은 목간(木簡)이-종이가 흔치 않던 시절에 종이 대신 사용되었다-다량 발굴되었는데, 당시 궁성에서 무역되었던 수많은 짐꾸러미에 일종의 수하물표나 보관용 꼬리표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에 일부는 검은 먹 글씨가 남아 있어 이런 것을 묵서목간(墨書木簡)이라 부른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웃 …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5 14:33
조회 983
더보기
|
청미래덩굴은 이름만큼 성정은 곱지 못한 것 같다. 줄기에 달린 가시는 가끔씩 내 옷에 상처를 내기도 하고, 손등에 핏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고약한 녀석! 한마디 화풀이하려 돌아보면 동그란 초록잎을 빛에 반짝이며 보드라운 덩굴손을 슬며시 내민다. 많은 생명체가 그렇지만 청미래덩굴은 사시사철 보아도 반가운 녀석이다. 5월이 되면 청아한 연두색의 꽃을 피우는데 수꽃과 암꽃은 다른 나무에서 핀다. 그래서 봄에는 암꽃과 수꽃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고, 여름이 되면 큐틴이 잘 발달된 동그란 잎을 만드는데 봄과 여름이 지나는 동…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5 14:32
조회 941
더보기
|
동백나무가 서둘러 부지런을 떠는 바람에 겨울은 잠시 겨울빛을 망각하곤 한다. 많은 생명들이 웅크리고 쉬는 겨울에 동백나무는 초록의 잎을 반짝이며 붉은 꽃망울을 하나씩 펼친다. 동백은 겨울을 몹시 사랑하나 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동백나무는 추위에 잘 견디지 못해 섬과 남부 해안 지역의 빛이 잘 드는 곳에 터를 잡아 살아간다. 추위를 싫어하면서도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의 속내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동백나무는 붉은 꽃도 유명하지만 한국여인의 머리를 단정하게 가다듬었던 동백기름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동백기름은 꽃이 …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5 14:31
조회 921
더보기
|
매월 한 번씩 시행되는 답사길은 빠듯한 일상업무를 꾸려가야 하는 나에겐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지난 달에는 갑자기 밀어닥친 한파로 감히 멀리 야외로 나가 유적을 둘러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인근의 박물관 탐방으로 답사코스를 바꿔 잡았다. 다행히 대전의 선사박물관에서 출토유물 복식전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복식은 오늘날에도 국가차원에서 ‘한브랜드’의 하나로 손꼽힐 만큼 멋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뛰어난 디자인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이 전시회를 찾은 것은 전통복식에 대한 대단한 관심이나 지견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5 14:30
조회 923
더보기
|
벌써 오랫동안 진행해온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은 단순히 고대사의 영유권 문제에서 나아가 고구려, 발해지역을 중심으로 요동지역과 만주일대에 자리 잡았던 고대문명의 원조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국도 여러 측면에서 대응하고 있지만 학술연구의 범위나 규모에 있어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전통과학이나 의약문화에 있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어 고대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토나 국경의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기 쉽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로 의약문화의 계통성을 들 수 있다. …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5 14:29
조회 1725
더보기
|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은 금창초는 온 몸에는 보송보송한 흰 털옷을 만들어 입고는 쌀쌀한 봄기운을 가르며 꽃을 피운다. 흰 털옷으로는 부족한지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지면에 납작 엎드려서는 하늘을 향해 보랏빛의 작은 꽃잎을 편다. 금창초는 초봄에 꽃을 하나 둘 씩 피우기 시작해 봄에서 초여름까지 꽃이 피는데, 우리나라 남부지역의 들에 자생하지만 기온이 점점 따뜻해진 탓인지 중부지방에서도 금창초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금창초는 한문으로 '金瘡草'라 쓰는데 국어사전에 금창(金瘡)을 찾아보면 '쇠붙이로 된 칼 ·창 ·화…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5 14:29
조회 965
더보기
|
태양의 신 헬리오스는 우직한 등대를 위해 모래위에 등대풀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래서 길고 긴 나날을 홀로이 보내는 등대는 외롭지 않다. 등대풀은 붉은 줄기를 올리고 연녹색의 잎을 우산처럼 펼쳐들어 등대를 바라본다.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달빛을 모아 은은한 형광빛을 등대를 향해 하염없이 보낸다. 등대풀은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데, 등대를 닮아 등대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도 하며, 등대 주변에 많이 자라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기도 한다. 등대풀은 대극과의 식물로 종명인 helioscopia는 태양의…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5 14:28
조회 1145
더보기
|
한의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한의학의 여러 치료 기술들이 어떤 기전을 통해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하는 문제는 평생을 두고 고민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에 힌트를 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흉선 외 T 세포가 간에서 분화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자율신경계의 활동에 의해서 백혈구(면역기능)가 조절된다는 것과 위궤양이 만성적인 과립구 과잉에 의해서 유발된다는 사실을 밝혔다1. 그는 말한다. “소염제와 진통제가 병이 낫는 것을 방해한다”, “동양적 사고가 미래 의학을 열어간다”고.‘면…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5 14:27
조회 1086
더보기
|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고 그 나라의 국민이 되는 것을 '귀화(歸化)'라 하는데 식물에 이 '귀화'라는 말을 빌려 '귀화식물'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귀화식물이란 외국원산 식물이 자의든 타의든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나라의 환경조건에 순화하여 살아가는 식물이다. 식물은 분포역을 넓히기 위해 씨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침입하기도 하며, 식물원·약초원·목장 등 필요에 의해 타의로 들어온 식물들이 울타리 밖으로 나가 생존에 성공하기도 한다. 개자리는 비료로 쓰거나 가축의 사료로 이용할 목적으로 유럽에서 가져와 …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5 14:25
조회 984
더보기
|
지난 2월 1000여 년전 고려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인삼이 공개되어 화제이다. 이 인삼 실체는 조선시대 연산군 때인 1502년에 만들어진 천성산 관음사 목조보살좌상 안에서 발견된 것이다. 사찰에서 불상을 조성할 때, 부처의 뱃속에 여러 가지 유물을 함께 넣어 봉안하는데, 이것을 복장 유물이라고 한다. 대개 오곡과 불경, 사리와 함께 인삼, 감초, 계심, 침향, 부자 같은 여러 가지 약재를 넣는다는 것이 불상을 짓는 『조상경(造像經)』에 규정되어 있다. 원래는 불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처로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오래된 문화재가…
작성자타라곤
작성일 11-11-15 14:24
조회 1188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