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시대 ‘약이 되는 음식을 찾아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2,799회 작성일 11-11-16 21:20본문
한의학 이론에 근거…재료 성질과 개인 체질 궁합 맞는 음식을
‘음식이 약이다.’
한의학에서는 ‘약식동원(藥食同源) 또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곧잘 쓰인다.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다는 의미다. 한국 최고의 한의학 서적인 동의보감은 서문을 통해 ‘사람의 질병은 모두 섭생을 잘 조절하지 못한데서 생기는 것이니 수양이 최선이고 약물은 그 다음이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몸을 보할 때는 약보다 음식으로 먼저 보하라’는 말도 같은 취지다. 중국 당나라 때의 명의인 손사막 역시 ‘무릇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이는 먼저 음식으로 치료하고 듣지 아니하면 그 후 약을 쓴다’고 가르쳤다.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며, 그 근간에는 음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말들이다. 선조들은 이처럼 음식과 건강의 연관성을 일찍부터 깨닫고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동양만이 아니다. 서양 의학의 시조인 히포크라테스도 질병이란 신체의 조화가 깨져서 발생한 것이므로 몸의 자연스러운 회복능력을 북돋는 식이요법과 운동, 목욕 등 섭생법이 우선이고 약물이나 수술은 차선책이라고 봤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음식이 약이 되게 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는 가르침이야말로 이 같은 인류의 지혜를 집약한 것이다.
한방에서 취급하는 약재는 약 5,800종에 달한다. 재미있게도 이 중에는 쌀, 보리 등 곡식, 과일, 육류, 어류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전통 한의학에서는 특별히 식재료와 약재의 구분을 두지 않았고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약재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일반 식재료가 약 처방 속에 들어가 있기도 한다. 음식의 양념으로 많이 사용하는 파․마늘․대추․생강 등이 강한 약리 작용으로 인해 약재로도 쓰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등을 살펴보면 식이처방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약리 효과를 따져 조리한 음식이 약선(藥膳)이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부터 약선이 독립된 학문분야로서 활발히 연구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한 고유 문헌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약선의 역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의학정보교류에 관련된 역사적 기록들이나 고려시대 음식을 이용한 양생과 치료를 담당하는 전담부서인 ‘사선서(司膳署)’를 두어 운영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전문가들은 고려시대 이전부터 약선의 개념이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동의보감’과 같은 괄목한 말한 의서들의 편찬으로 약선관련 문헌기록도 다양해졌다. 특히 조선 초기 편찬된 약선식료학 전문서적인 ‘식료찬요’를 비롯해, ‘산가요록’,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임원십육지’, ‘규합총서’ 등의 농서나 조리서등은 우리나라 약선의 역사와 가치를 규명하기 위한 귀중한 사료들이다.
최근 한식의 세계화, 인구 고령화와 웰빙 바람을 타고 약선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약선연구원, 한방약선요리연구소,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등의 기관과 대학 등에서 약선에 관한 연구와 요리 강좌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요즘엔 약선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약선식료학개론’, ‘약선조리 이론과 실제’, ‘몸에 약이 되는 약선 음식 111가지’, ‘건강 약선조리’ 등 관련 서적 출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05년에는 약선 관련 학과까지 생겼다. ‘한약과 음식을 조화롭게 다스리는 약선 전문가를 키운다’는 모토아래 전통한의학 이론과 현대 식품영양학 이론을 체계적으로 익혀 음식으로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식의(食醫)의 전통을 계승해보자는 취지로 원광디지털대학교에 개설된 한방건강학과가 바로 그곳이다.
◆ “체질과 병증에 따른 맞춤형 음식이 바로 약선”
“요즘 건강에 좋다고 온갖 약재를 넣은 요리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약재를 넣어 만들면 다 약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계절․성․체질별로 구분해 조리한 음식이 바로 약선이죠.”
학과 개설에 일등 공신인 김규열 원광디지털대학교 한방건강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약선의 개념부터 먼저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넓은 의미에서는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의 예방 치료를 위해 먹는 모든 음식을 약선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김 교수는 보다 정확한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한의학적 이론의 바탕 하에 질병 예방․건강 증진이 가능한 음식’을 약선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료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좋다는 약재를 다 넣어 만든 요리가 누군가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의사들이 음식과 약재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약재를 처방하면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먹으라는 식의 레시피를 함께 주었다고 한다. 음식과 약을 구분하지 않고 환자의 체질과 상태에 맞는 음식으로 몸을 다스리게 했다는 얘기다.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녹두죽과 녹두전은 그냥 먹으면 음식입니다. 하지만 녹두가 찬 성질과 해독작용을 가지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음식을 만들면 약선이 되죠. 음식의 약리적 효용 가치를 따지게 되면 그 순간 약이 되는 거죠.”
약재와 식재료를 포함해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은 다 각각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기미(氣味)로 표현한다. 본연의 기운과 맛이란 의미다. 기는 에너지의 차원으로 미는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본초강목에 보면 모든 재료가 기미에 따른 효능으로 구분돼 있다. 약이냐 음식이냐의 구분은 이를 해석하고 응용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게 김 교수의 해석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바로 식약동원(食藥同源)이다.
“현대 요리에서 약선의 개념을 도입한 지는 5년이 채 안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약재만 넣으면 약선이 되는 줄 알죠. 약재는 기능성이 강하기 때문에 사람의 체질과 병증에 맞게 쓰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되는 독선(毒膳)이 됩니다.”
일례로 오미자는 수렴성이 강해 기혈 순환이 원활치 않은 사람이 먹으면 오히려 해로운 작용을 할 수 있다. 여름철 땀이 많이 날 때 먹는 생맥산은 속이 냉한 사람에겐 좋지 않다. 인삼이 체질에 따라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열이 많은 생강을 겨울에 먹으면 좋지만 여름에는 나쁠 수도 있는 것처럼 같은 생강이라도 계절에 따라 작용이 다르다. 초기감기에 생강을 먹으면 도움이 되지만 같은 감기라도 편도선이 붓고 발열이 심한 감기의 경우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도 주지해야 한다.
음식 상호간의 궁합을 중요시 하는 것도 약선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는 음양의 조화와 균형이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네 잔치에서 식혜가 후식으로 빠지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소화를 촉진하는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는 과식하기 쉬운 잔치 때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식혜를 마심으로써 배탈을 방지할 수 있는데 약선에 대한 조상의 지혜가 깃든 좋은 예다. 차가운 날 생선을 먹을 때 해독 작용이 있는 생강을 같이 먹는 것도 약선으로 볼 수 있다. 무, 배추 등 서늘한 성질의 재료를 고춧가루, 마늘, 파 등 향신료와 섞어 평이한 성질을 가지게 된 김치가 누구나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음식이 된 것에도 약선의 원리가 숨어 있다.
“우리의 주식인 밥 자체는 매일 먹어도 크게 탈 날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흰 쌀밥만 계속 먹으면 당뇨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죠.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 하더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딸기가 좋은 음식이라 해도 속이 찬 사람이 과다하게 섭취하면 배탈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개인의 체질과 음식의 성질을 잘 고려해 먹는 모든 음식은 약선”이라면서 “한의학에 근거를 둔 약선의 개념을 잘 이해하는 연구자와 요리사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집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약선 요리 세 가지
(출처: 약선조리 이론과 실제 (주)교문사 2011) 수삼 흑임자 셰이크
수삼 흑임자 셰이크는 기력이 약해진 노인이나 큰 병이나 출산 등으로 기 소모가 많은 사람들에게 생기는 변비에 좋다. 기를 북돋우는 인삼과 장을 적시는 효능을 가진 흑임자, 해독작용을 가진 우유가 조화를 이뤄 기를 보충하고 장운동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료다. 수삼 1뿌리, 흑임자 30g, 우유 3컵과 기호에 맞춰 설탕 적당량을 함께 넣고 갈면 된다. 황률 암죽
노화나 과로로 인한 허리․다리 통증에 적합하다. 기운을 더하고 허리를 강하게 하는 밤을 이용해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말린 밤인 황률 10개와 불린 멥쌀 1컵을 함께 갈아 물 8컵을 넣고 죽을 쑨 뒤 설탕이나 소금을 기호에 맞게 넣어 완성한다. 성장기 청소년의 요통에도 적합하다. 감비차
지방 분해 효과가 뛰어난 보이차와 오룡차, 소화를 돕고 기의 운행을 돕는 무 씨, 비장의 소화흡수 기능을 돕고 노폐물 제거에 효과적인 백봉령을 함께 끓인 약선차다. 고지혈증 비만 환자에게 적합하다. 첫물을 우려내 버린 보이차에 거칠게 분쇄한 무씨와 백복령을 섞어서 위의 끓인 물을 붓고 3분간 우려내서 마시면 된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