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암예방엔 효과 있지만 암환자에겐 적합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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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 댓글 0건 조회 730회 작성일 19-05-12 22:04본문
채식, 암예방엔 효과 있지만 암환자에겐 적합하지 않아요
요즘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출연자들이 무턱대고 많은 양을 먹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자극적인 화면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추천할 만한 게 못 된다. 의사들은 예외 없이 과식을 경계한다. 과식이 비만은 물론이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건강에 좋은 식사법은 따로 있을까. 서재홍 고려대 구로병원 암센터장(54·종양내과 교수)에게 물었다. 서 교수는 “너무 기름진 음식으로만 식탁을 채우지 않는 것. 그리고 식사량을 조금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히 밋밋하지만 이것이 정답이란다.
서 교수는 매달 1000여 명의 유방암 환자를 치료한다.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 개발에 10여 년째 매달리고 있다. 최근 몇몇 대학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2개 약물이 곧 성과를 볼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약물은 동물실험까지 끝낸 상태. 서 교수는 “1년 이내로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20년째 붉은 살코기 안 먹어”
20여 년 전, 서 교수는 우연히 영국의 광우병(소해면상뇌증) 영상을 접했다. 소가 무기력하게 주저앉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서 교수는 ‘저렇게까지 하면서 육식을 해야 하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바로 채식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호기심에 자료를 더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한 해외 보고서를 발견했다. 식용 가축을 키우기 위해 너무 많은 사료와 자원이 들어가는 바람에 정작 사람들이 굶주린다는 내용이었다. 이를테면 돼지고기 1kg과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각각 옥수수 7kg과 11kg이 필요하다거나 식용 가축이 전 세계 곡물의 3분의 1을 소비한다는 식이었다. 그런 보고서들이 공통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랬다. “고기 1인분 생산에 들어가는 곡물로 10∼20명이 하루 식사를 할 수 있다.”
그 보고서를 본 순간, 서 교수는 돼지고기와 소고기 같은 붉은 살코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서 교수는 “지금이야 건강 때문에 채식을 계속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나부터 기아 문제 해결에 동참하자는 의지가 더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심이 섰다고는 하나 고기를 완전히 끊기가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이 삼겹살을 먹고 있을 때 서 교수는 혼자 밑반찬이나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된장찌개만 먹어야 했다. 원래 고기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입맛은 아니었지만 먹지 못하니 더 먹고 싶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고기’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만 고기를 끊었다고 해서 몸에 힘이 빠지지는 않았다. 서 교수는 “고기를 먹어야 힘이 생긴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게다가 고기를 대신할 다른 음식도 많다”며 웃었다. 서 교수는 채식을 하면서 그 나름의 원칙을 정했다.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 고기 외의 동물성 식품은 취하자는 것. 서 교수는 식물성인 두부 외에도 동물성인 계란, 우유를 먹고 있다. 가끔은 생선이나 해산물도 섭취한다.
○ “채식주의자도 동물성 식품 먹어”
계란, 우유, 생선, 해산물은 채소가 아니다. 이런 음식을 먹는데도 채식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채소만 먹는 것은 아니다. 채식에는 여러 유형이 존재한다.
‘채식주의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채식을 ‘비건 채식’이라고 하는데 붉은 살코기나 생선뿐 아니라 계란, 유제품 같은 것도 먹지 않는다. 심지어 꿀도 먹지 않는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채식주의인 셈.
반면 좀 느슨한 채식 유형도 있다. 붉은 살코기, 생선, 계란을 모두 먹지 않지만 우유나 치즈는 먹는 ‘락토 채식’이 있다.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으면서도 오리나 닭고기 같은 가금류는 먹는 유형은 ‘폴로 채식’이다. 또 평소에는 비건 채식을 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기도 하는 유형은 ‘간헐적 채식’이라고 한다.
서 교수는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지만 해산물이나 계란, 유제품을 먹는 유형인 ‘페스코 채식’에 해당한다. 페스코는 물고기자리를 의미하는 ‘파이시즈’에서 유래됐다. 서 교수를 비롯해 가장 많은 채식주의자가 이 유형에 속한다.
○ “건강하면 채식 시도할 만, 환자는 금물”
서 교수는 채식을 일종의 ‘자연 식단’이라고 했다. 자연 상태의 음식을 먹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건강에 최적인 식단이란 뜻도 담겼단다. 20여 년 동안 채식을 한 결과를 물었다. “일단 피로감이 사라졌어요. 그 다음에는 서서히 체중이 줄어들었어요.”
채식을 시작하기 전 서 교수의 체중은 78∼79kg으로 비만에 가까웠다. 채식에 돌입하고 1, 2년에 걸쳐 서서히 체중이 줄어 70∼71kg으로 떨어졌다. 그 이후 15년 넘게 그 체중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서 교수는 환자 진료뿐 아니라 연구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따로 운동할 시간적 여유는 없는 상황. 기껏해야 주말에 좀 걷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잔병치레 한 번 없었다. 서 교수는 “채식을 했기 때문에 얻은 이익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사실 이런 분석에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우선 채식 위주의 식단은 섭취 열량이 적다. 게다가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미네랄을 채소를 통해 자주 보충한다. 기름진 음식도 없다. 그러니 적정 수준의 체중을 유지할 수 있고, 만성질환의 위험도 줄어드는 것이다.
서 교수는 암 예방에도 채식이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유방암 대장암 등 서구식 암이 급증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기름진 식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돼지고기와 소고기 같은 붉은 살코기를 많이 먹을 경우 이런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니 서 교수는 암 전문의로서 채식을 옹호하며 주변에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다고 한다. 10년 전 아내가 ‘채식 대열’에 합류한 게 그나마 거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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