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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를 살리려면,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평화신문, 김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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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t 댓글 0건 조회 1,925회 작성일 15-05-1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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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를 살리려면
하퍼 리(Harper Lee)의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 Bird)>를 읽고
김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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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공존

대체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상 이야기를 숨기지만,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 Bird)>의 주인공 진 루이스 핀치(Jean Louise Finch, 애칭 스카웃)는 어릴 적부터 세상의 불평등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형성해 간다. 1930년대 앨라바마 주 메이콤 타운, 5살의 스카웃 (Scout)은 변호사 아버지와 오빠 젬(Jem)과 함께 사는 백인 아이다. 아버지가 동네 흑인의 변호를 맡자 백인 주민들은 그들을 비난한다. 그때부터  4 년  동안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화자 스카웃에 의해 그려진다. 
 
핀치 가문의 조상은 영국의 종교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한 감리교인으로 목화 농장을 경영한다. 남매의 아버지 에티커스(Atticus)는 농장을 떠난 최초의 세대이다. 후미진 산골에서 부족사회처럼 살아온 메이콤 주민은 시대의 변화에 둔감하고 이질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백인 커뮤니티는 읍내에서 사는 중산층과 산골에서 농사짓는 하층민으로 나뉘고, 흑인이 사는 구역도 따로 있다. 대공황이 진행되어 농부들은 살기 매우 어렵다. 한편 노예제도는 폐지됐지만 흑인 들은 여전히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
 
핀치 남매는 엄마가 일찍 죽어서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Calpurnia)가 그들을 키운다. 아버지는 정직하고 바른 캘퍼니아를 신임하고, 이런 아버지의 편견없는 태도로 인해 아이들은 비록 캘퍼니아가 흑인이지만 따르며 신뢰한다. 한편 시골 장원에서 사는 고모는 백인의 전형적인 우월감을 가졌고, 흑인 손에서 아이들이 크는 것이 못마땅하다. 고모는 '여자는 남자에게 햇살 같은 따뜻한 숙녀'가 돼야 한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숙녀 이전에 전인적인 인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마침내 고모는 톰보이  같은 스카웃을 숙녀로 훈련시키기 위해 스카웃 네로 이사온다.
 
남매는 방학 때마다 이모네 오는 이웃 소년 딜과 친구가 되어 같이 어울린다. 세 아이는 ‘부’(Boo, 이하 B로 표기)라고 불리는 옆집 아저씨 아서 래들리(Arther Radley)에게 호기심이 발동한다. 동네사람들은 몇십년 동안 그를 본 적이 없다. 귀신이라는 둥, 밤에만 돌아다닌다는 둥, 소문만 무성하다. 아이들은 B의 집 주위를 얼쩡거리며 그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온갖 계책에 골몰 한다. 침례교도인 B의 부모는 메이콤의 유일한 연합 교회에 불참하여 별종으로 낙인찍힌 사람 들이다. B가 틴에이져였을 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사소한 일로 모두 체포된 적이 있었다. 소년들은 벌로 기숙실업학교로 보내졌지만, 이를 가문의 수치로 여기는 래들리씨는 B를 집에 가두며 커뮤니티 차원의 어떤 서비스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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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스카웃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에는 읍내 아이들과 산골 아이 들이 섞여 있다. 산골 아이들은 목화밭에서 일을 해야 하니, 첫날만 학교에 오기도 하고 글을 못 읽기도 한다. 농부 아이 월터 커닝햄은 가난하여 점심을 싸오지 못한다. 선생님이 점심값으로 돈을 주지만 월터는 절대로 받지 않는다.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핀치 변호사는 농토를 정부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커닝햄씨를 법적으로 도와줬고, 그는 변호사비를 농작물로 정성껏 갚은 일이 있다.
 
개학하는 날에는 악명 높은 이웰 집안의 아이들도 왔다. 그들은 흑인 동네로 가는 쓰레기장 옆의 움막에서 짐승처럼 살고, 주민들은 그들이 백인이지만 상종하지 않는다. 그들은 법을 어겨도 마치 특권인 양 여기고, 주민들은 이를 외면한다. 그 집 아버지 밥은 정부보조금을 받아서 술로 탕진하고, 아이들을 학대하고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엄마가 없는 아이들은 쓰레기장을 뒤져서 허기를 채운다.
 
아버지와 매일 신문을 읽으면서 이미 읽기 쓰기를 다 깨친 스카웃은 학교가 별로 재미없어 여름을 기다린다. 방학 때마다 스카웃은 오빠와 딜과 더불어 B 끌어내기 놀이에 열중한다. 아이들은 그 집 창문가에서 나지막한 웃음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B는 어두운 방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내다보고 있었을까? 어느 날 밤, 세 아이는 '얼굴을 보여주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 는 편지를 창가에 끼워 넣는다. 누군가의 침입에 놀란 듯 B의 형이 나와서 총을 쏘고 젬은 도망 가다 바지가 철조망에 걸려 벗겨진다. 다음날 바지를 찾으러 간 젬은 놀랍게도 엉성한 솜씨로 정성껏 꿰매진 바지를 발견한다. 
 
그뿐이 아니다. 어느 날 남매는 B의 집 앞의 커다란 나무 옹이에서 아이들을 위한 작은 물건들을 발견한다. 아이들은 B가 준 선물이라고 확신하고 고맙다는 편지를 써서 넣는다. 하지만 이를 안 B의 형은 시멘트로 구멍을 막아 버린다. 또 어느 날은 한밤중에 갑자기 옆집에 불이 난 적도 있다. 핀치네 가족은 집 밖으로 피신하고, 떨고 있는 스카웃의 어깨에 어느새 담요가 덮여 있다. 아버지는 아마도 B가 슬그머니 덮어 줬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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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처럼 살아보지 않고는 진정으로 남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B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 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지나친 호기심을 갖는 것은 그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어느 크리스마스에 아버지는 젬이 원하는 소총 을 선물로 사주지만 자신은 총을 쏠 줄 모른다고 말한다. 어떤 해도 끼치지 않으면서 지저귐으로 사람을 기쁘게 하는 앵무새(mockingbird)를 죽이는 것은 죄라고 하며 아버지는 새 대신 양철통을 쏘라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동네에 미친 개가 나타나자 아버지는 정확하게 총을 쏘아 개를 죽인다. 보안관 데이트는 아버지가 과거에 명사수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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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캘퍼니아를 따라 흑인 교회에도 참석한다. 캘퍼니아는 어릴 때부터 핀치 집안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 글을 깨쳤다. 평소에는 표준 영어를 구사하는 그녀가 교회에서 흑인들과는 슬랭 (slang)을 쓰는 것을 보자 스카웃은 의아해한다. 캘퍼니아는 “내가 백인 말투를 쓰면 그들은 반감을 가지지.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을 싫어해. 표준말을 한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변화시킬 수 없어. 아는 것을 다 말하는 것이 진정한 숙녀는 아니지" 라고 한다. 캘퍼니아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행동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뚜렷히 밝히기도 한다. 흑인 교인들이 핀치 남매를 배척하자 그녀는 "동일한 하느님의 다 같은 자녀가 아니냐"고 따진다.
 
평이하게 지나가던 일상은 어느 날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워진다. 밥 이웰이 자신의 딸 메이올라 를 강간했다고 지목한 흑인 톰 로빈슨의 재판이 열리기 때문이다. 백인 주민들은 백인 변호사가 흑인을 변호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남매는 학교 친구들과 주민들이 아버지를 모욕하는 것을 참기 힘들어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은 나를 틀렸다고 생각할 권리가 있고, 그들의 의사도 존중돼야 하니, 남이 무슨 말을 해도 휘둘리지 말고 자존감을 지키라”고 한다.
 
톰 로빈슨의 재판 전날, 동네 남자 몇 명은 톰에게 린치를 가하려고 감옥으로 몰려가고, 이를 눈치챈 에티커스 변호사는 감옥 앞을 지킨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걱정되어 몰래 따라 간다. 스카웃은 남자 무리 중에 월터의 아버지 커닝햄씨가 있음을 발견한다. 아버지가 위험에 처하자 숨어있던 스카웃은 뛰어 나와 커닝햄씨에게 말을 건다. 스카웃은 그에게 월터가 공부 잘 하는 좋은 아이며, 아버지가 전에 그를 도운 적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본래 선한 커닝햄씨는 스카웃의 발언을 듣고 총을 쏘지 못하고 무리를 데리고 자리를 뜬다. 인간은 한 순간에 폭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인간성이 꿈틀 살아나면 야수성이  멈춰진다. 그게 인간이다. 인간성 안에는 ‘눈 먼 구석’이 있으며, 이 어리석은 본성으로 인해 사람을 해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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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재판 날. 배심원석은 약삭빠른 읍내 사람들은 다 빠지고 커닝햄같은 보수적인 시골 농부로 차 있다. 고소인 이웰은 흑인 톰이 딸을 때리고 강간하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한다. 19살의 메이올라는 체격이 크고 심약하고 학교에 다닌 적도 없고 친구도 없다. 그녀는 톰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한손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다른 손으로 넘어뜨린 후 자신을 덥쳤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톰은 "나는 매일 이웰씨 집 앞을 지나 다니는데 가끔씩 메이올라 아가씨가 일을 도와 달라고 했다. 그날도 그래서 집 안에 들어갔는데 아가씨가 갑자기 나를 껴안고 키스를 했다. 흑백 인종 간에 큰일 날 일이므로 너무 당황하던 중, 이웰씨가 딸에게 욕설을 하며 들어오는 사이에 도망쳤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그녀가 외롭고 불쌍해 보여서 가끔씩 일을 도와주곤 했었다”고 증언한다.
 
온 법정은 술렁이고 백인들의 분노는 끓어 오른다. “감히 검둥이가 백인을 불쌍해 하다니!” 에티커스 변호사가 반론을 시작한다. 톰은 놀랍게도  왼팔이 거의 없는 불구였다. 어려서 목화솜 기계에 잘렸던 것이다. 두 팔로 자신을 잡고 누르고 했다는 메이올라의 증언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은 톰에게 유죄를 평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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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풍경
 
억울한 톰은 백주 대낮에 간수들이 보는 앞에서 담을 넘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 자유가 아니니 죽음을 택한 것이다. 메이콤 신문 발행인은 ‘불구자’를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은 새를 죽이는 것과 같다는 사설을 쓴다. 한편 시간이 지나자 밥 이웰은 한동안 자신이 동네 화제의 중심에 있다가 잊혀지니 서운하기 그지없다. 그는 자신에게 공개적으로 수치를 준 변호사에게 복수하려고 기회를 노린다. 핼러원 어두운 밤에 남매는 학교 의상 카니발에 참석하고 돌아오다가 밥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거의 죽을 뻔한다. 젬은 의식을 잃고 스카웃은 핼러윈 의상 덕에 칼을 피한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밥과 격투를 벌인 후, 부상당한 남매를 집으로 데려간다. 의사가 불려오고, 보안관은 현장 검증에서 칼에 찔려 죽은 밥을 발견한다. 에티커스는 젬이 밥을 찔렀다고 즉단하지만, 보안관은 B가 밥을 찌르고 아이들을 구한 것을 알아차린다. 보안관은 B를 법정에 세우는 것은 숨어 사는 B를 다시 한번 죽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는 밥이 실수로 스스로를 찔렀다고 발표하자고 변호사를 설득한다. 스카웃은 보안관의 결단이 앵무새를 죽이지 않는 일이라고 이해한다.
 
예수와 흡사한 이웃 사랑을 지닌 에티커스조차도 커닝햄처럼 '눈먼 구석(blind spot)'이 있는 것이다. 에티커스의 사고(思考)는 한 방향으로만 치닫는다. 밥이 자신을 노린다고만 생각했지 아이들을 해칠 것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또한 젬이 밥을 죽였다고 외곬수로 판단한다. 보안관 에게 정황을 들은 후에도 에티커스는 젬이나 B를 법 앞에 세우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못한다. 고지식한 에티커스보다는 유연한 보안관의 사고가 상황에 따라서 앵무새를 죽이는 않는 방법일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은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어떤 일도 영원히 한쪽으로만 치닫지 않으며, 극점에 달하면 다시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간다. 악, 불평등, 불완전을 극복하면서 궁극적인 방향으로 나간다. B는 어둠 속에서도 세상을 내다 보다가 남매의 생명을 구한다. 비록 흑인 톰은 죽었지만 변호사의 변론은 동네 백인들의 잠자는 양심을 일깨운다. 그래서 그들은 에티커스를 폄하했으면서도 다시 주의회 의원으로 선출한다. 고모도 조금씩 변해간다. 자신과 생각이 달라도 시종일관 온화하게 이웃을 대하는 변호사 오빠를 '누구도 못하는 일을 떠맡아 한 희생자'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예수도 노자도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는 유능제강(柔能制剛) 을 말했다.
 
할로윈 밤, 사건이 마무리 된 후 스카웃은 B를 집에 데려다 준다. 문이 닫히고 스카웃은 다시는 B를 보지 못한다. 스카웃은 난생 처음으로 B의 집 발코니 위치에서 동네를 바라다 본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거기에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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